[단독] 구멍 뚫린 핀테크…IT 강국 한국의 민낯

입력 2019-01-18 16:55   수정 2019-01-18 17:26

    <앵커>

    나도 모르게 간편결제에 가입돼 돈을 갈취당했던 피해자가 2,3차 범죄에 노출돼 고통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범죄자 누명까지 썼는데요.

    이 사건을 취재한 신선미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신 기자,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무서울 지경입니다.

    <기자>

    저도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과연 내 명의는 안전한 지 무섭더라고요.

    범죄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지만 피해자는 심지어 도움을 구할 곳 조차 없습니다. 알뜰폰 업체부터 간편결제사, 게임사, 증권사까지 기업들은 모두 정부 지침에 따랐기 때문에 자신들의 잘못은 없단 입장입니다.

    정부도 이런 경우는 민형사로 해결해야 한다고 선을 긋고 있는데, 수사를 해야 할 경찰마저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명의도용 간편결제서 돈이 빠져나가는 1차 피해가 6월에 발생했으니까요. 벌써 반 년이 지났습니다. 다들 손놓고 있는 사이 피해자는 또 다른 범죄에 노출됐습니다.

    간편결제를 통해 피해자의 돈을 빼간 게 처음이었죠. 그 이후에도 범인은 피해자 명의의 핸드폰을 보이스피싱에 활용하는가 하면, 게임아이템 거래 사이트에 가입해 사기를 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이름으로 갖고 있지도 않은 게임 아이템을 팔겠다고 한 뒤 돈만 받아낸 건데요. 일명 '먹튀'를 한거죠. 이로써 피해자 서 씨 외에 또 다른 피해자도 생겼습니다. 더 나아가 범인은 피해자 서 씨 명의의 증권계좌를 개설해 조건만남 돈 입금처로 활용했습니다. 때문에 피해자는 되레 범죄자 누명까지 쓰고 경찰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앵커>

    범죄는 계속되고 있는데 다들 책임 회피뿐이군요. 이런 일이 벌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뭔가요?

    <기자>

    고객의 편의를 확대한다며 시스템을 간편하게 만들어주면 선데요. 핸드폰 개통이며 금융, 간편결제까지 모든 시스템의 가입이 한결 쉬워진 건 맞습니다. 문제는 범죄도 그만큼 쉬워졌다는 거죠.

    이 모든 범죄의 중심에는 핸드폰이 있는데요. 명의도용 핸드폰만 있다면 피해자 사칭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알뜰폰 업체들이 대포폰이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양산하고 있단 점입니다.

    <앵커>

    증권사 비대면 계좌개설도 명의도용 핸드폰이 사용된 건가요? 특히 다른 사람의 사진을 사용한 위조 신분증으로도 통과됐다는 점에선 증권사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데요.

    <기자>

    피해자 서 씨가 첫번째 사고 이후 많은 것들을 막아놨습니다. 보안에 좀 더 신경을 쓴건데요. 명의도용 방지서비스인 M-safer에 가입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현재의 핸드폰 번호 외에는 아예 개통이 되지 않도록 원천 봉쇄해놨습니다. 따라서 범인은 명의도용 핸드폰을 더 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됐죠.

    그러자 이번에는 서 씨의 신분증을 위조해 계좌를 개설합니다. 증권사 계좌인데요. 1차 피해 이후 서씨가 1금융권인 은행도 막아놨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막히자 증권사를 범죄에 활용한 겁니다. 앱을 활용해 증권사에 가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했는데요.

    우선, 범인이 사용한 위조신분증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보시죠. 서씨의 운전면허증을 활용했는데요. 피해자와는 전혀 다른 사람의 사진을 사용해 신분증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운전면허증 우측 하단에는 작은 크기의 사진이 한 번 더 들어가 있고, 그 아래에는 숫자와 알파벳이 조합된 번호가 있습니다. 이 번호 또한 전혀 다르지만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운전면허증 발급처를 나타내는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글자체도 각기 달라 한 눈에도 위조됐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허술합니다. 이렇게 대충 만든 위조신분증으로 피해자 서 씨임을 증명한겁니다.

    <앵커> 조금만 들여다보면 위조됐음을 알 수 있을 텐데, 어떻게 이런 위조신분증으로도 통과가 된거죠?

    이게 가능한 이유는 이름과 주민번호, 발급날짜 등 몇개의 정보만을 추출해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TV는 소속 기자들의 신분증을 활용해 이게 정말 가능한지 확인해봤습니다. 제가 지금 들고 있는 나왔는데요. 정재홍, 박승원, 이정은 이들 3명의 기자 신분증을 캡쳐해 다른 사람의 얼굴을 넣어봤습니다. 그림판에서 이 작업을 마친뒤 단순히 이처럼 컬러프린트로 출력해 삼성과, 메리츠, NH증권에 계좌 개설을 시도해봤는데요. 어떻게 됐을까요?

    <앵커> 계좌가 개설이 됐나요? 위조신분증을 만든 것도 아니고 그림판으로 작업한 것인데 말이죠?

    <기자> 네 맞습니다. KB와 마찬가지로 NH, 삼성, 유안타, 하이, 한화, 메리츠투자증권도 위조신분증으로 계좌개설이 가능합니다. 이들 증권사는 행정안전부의 신분증 진위확인 시스템과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다른 사람의 사진을 사용하고도, 핵심정보 몇개만 일치한다면 이들 증권사에서 계좌 개설이 가능했습니다.



    <앵커>

    증권사의 비대면 계좌개설이 허점이 있다는 건 분명해보이네요. 하지만 이번 '명의도용 피해' 역시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증권사가 '모른 척' 했겠죠?

    <기자>

    피해자인 서 씨는 자신을 사칭해 벌어진 범죄다 보니 해명만이라도 해달라는 입장이었습니다.

    자신이 벌인 범죄가 아니라는 사실을 KB증권이 사기 피해자들에게 설명해주고 입금된 돈도 다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KB증권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걸 언급하며 방법이 없다는 말 뿐입니다. 현재 계좌는 범인도 돈을 빼갈 수 없도록 정지시켜 논 상태인데요.

    KB증권은 경찰 수사가 종결되고, 자사의 잘못이 인정되면 그 때 보상을 해주겠다는 입장입니다. 간편결제 사고, 게임 아이템을 빼간 사건에서처럼 기업들은 업종 불문하고 모두 똑같은 대답입니다.

    <앵커>

    피해자 서 씨의 말처럼 명의도용 피해는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입니다. 피해자는 1차 사고 이후 보안에 더 신경을 썼고, 신분증과 개인정보를 바꿨지만 또 다른 범죄에 노출됐습니다. 시스템에 구멍 뚫린 한국의 민낯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기자, 고생했습니다.

    [한국경제TV 단독 - 당신의 지갑도 위험하다]

    ① [단독] '간편결제 사고 피해자' 범죄자 누명까지

    ② [단독] 비대면 증권 계좌 '구멍'…위조신분증도 통과

    ③ [단독] 구멍 뚫린 핀테크…IT 강국 한국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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