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서두른다"…유리기판 전쟁 '가속' [엔터프라이스]

정호진 기자

입력 2024-05-07 14:38   수정 2024-05-07 14:38

    <기자>
    반도체를 둘러싼 삼성과 SK의 총성 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12단 HBM 3e의 양산 시기를 서로 앞당기며, 주도권 경쟁에 나섰는데요. 이번엔 AI 반도체의 '게임 체인저'라고 불리는 유리기판으로 불이 옮겨 붙었습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CES에서 2~3년 안에 유리기판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빠르면 3분기 내로 제품 생산을 위한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국내 주요 기업들이 고삐를 당기는 유리기판 시장, 현재 시장 상황과 향후 전망까지 제가 취재한 내용들 전해드리겠습니다.

    <앵커>
    삼성도 본격적으로 유리기판 전쟁에 고삐를 잡아당기고 있는 것 같네요. 정 기자, 유리기판 생태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습니까?

    <기자>
    현재 유리기판 밸류체인을 살펴보면요. 당장 인텔이 올해 첨단 패키징 분야에 6조 원을 투자하는데요. 인텔은 오는 2030년까지 유리기판을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인텔이 원하는 유리기판은 삼성전기와 SKC가 생산하고요. 생산에 필요한 노광기나 드릴링 장비, 광학 측정 장비 등을 필옵틱스나 인텍플러스 같은 장비 기업들이 맡게 됩니다. 여기에 필요한 소켓, 코팅재 같은 부품, 소재는 ISC, 와이씨켐 등의 회사들이 납품하는 것이고요.

    말씀드린 것처럼 국내에선 삼성과 SK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데요. 현재 앞서있는 건 SKC입니다. SKC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와 합작사 앱솔릭스를 만들고, 미국 조지아 주에 공장을 설립했습니다. 이번 분기부터 공장이 가동될 것으로 보이고요. 삼성전기도 말씀드린 대로 최근 생산 라인 구축 시기를 앞당기며, 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정 기자, 그런데 유리기판이라는 게 무엇이길래 삼성, SK가 고삐를 당기고 있는 겁니까? AI 반도체의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고요?

    <기자>
    네, 유리 기판은 기존 기판에 비해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그림으로 설명 드리면요. 윗 부분이 기존 기판을 활용한 패키징이고, 아래가 유리 기판이거든요. 위엔 세 개 층이고, 아랜 두 개 층이잖아요. 유리는 거칠지 않고 맨들맨들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간 층이 없어도 바로 미세 회로를 새길 수 있는 것이고요. 또한 열 전도율은 실리콘에 비해 150배나 낮고, 잘 휘지도 않아 반도체를 많이 쌓아올려도 잘 버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유리를 안 썼을까요? 유리가 생소한 소재가 아니니까 쉽게 떠오르실 텐데요. 외부 충격에 쉽게 깨지잖아요. 그렇다 보니 유리 기판은 수율 맞추기가 어려웠던 겁니다. 그래서 '오버 스펙'인 유리 기판을 만드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거죠. 하지만 생성형 AI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가 워낙 많다 보니, 처리해야 하는 용량도, 전력 소모도 많아졌고요. 때문에 유리기판이 각광받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정 기자, 그렇다면 현재 앞서있는 SKC와 삼성전기의 실적을 비교해볼까요? 유리기판에 어느 정도 비중을 싣고 있습니까?

    <기자>
    네, 우선 SKC부터 살펴보면요. 현재 여섯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문별로 뜯어 보면, 2차전지 분야의 탓이 큽니다. 400억 가까운 적자가 났는데요. 수요는 줄고, 신규 공장의 고정비 부담은 늘었기 때문입니다. 앱솔릭스는 반도체 소재 분야로 잡히는데요. 여기선 80억 원 정도 흑자를 냈지만, 규모만 보면 아직 내부적으로 작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SKC는 앱솔릭스의 지분 70% 넘게 소유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는 투자 단계인 만큼, 140억 원가량 손실을 기록하긴 했습니다.

    반면 삼성전기는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는데요. 역시 부문별로 보면 컴포넌트 부문과 광학통신 부문의 기여도가 컸습니다. 각각 AI 서버에 들어가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판매와 카메라 모듈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인데요. 반면 패키지 분야는 SKC와 마찬가지로 기여도가 크지 않은데요. 전 분기와 비교해보면 오히려 3% 줄어든 수치입니다.

    즉, 두 기업 모두 아직까지는 반도체 분야의 매출 기여도가 작지만, 현재 투자를 통해 파이를 키워가고자 하는 단계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정 기자, 오늘 발제 한 줄로 정리해 보면요?

    <기자>
    "차디찬 그라스에 새겨진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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