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이 없어서‥" 중국 우한서 치료 못받은 일가족 4명 사망

입력 2020-02-17 13:41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일가족 4명이 감염됐지만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잇따라 숨진 비극이 일어났다.
16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후베이성 영화제작소 대외연락부 주임인 창카이(常凱)와 그의 부모, 누나 등 4명이 코로나19로 잇따라 숨졌다. 창카이의 부인도 코로나19에 걸려 중환자실에 있다.
그의 대학 동창의 전언에 따르면 창카이 부부는 부모와 함께 살았다. 55세인 그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전날인 지난달 24일 부모와 함께 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튿날인 25일 창카이의 아버지는 발열과 기침, 호흡 곤란 등 코로나19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병상이 없어 입원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창카이와 누나가 아버지를 간호했지만 사흘 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지난 2일에는 창카이의 어머니 역시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지난 14일 새벽 창카이도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사망했으며, 같은 날 오후 그의 누나도 같은 병으로 숨졌다.
17일 만에 일가 4명이 코로나19로 연달아 세상을 떠난 것이다.
창카이는 죽기 전 남긴 유서에서 자신과 가족이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것에 대한 한을 토로했다. 그는 "아버지를 모시고 여러 병원에 갔지만 하나같이 병상이 없어 환자를 못 받는다고 했다.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병상을 구하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그는 "양친의 병간호를 한 지 며칠 만에 바이러스는 무정하게도 나와 아내의 몸을 삼켰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애걸했지만, 병상을 구할 수 없었고 병은 치료시기를 놓쳐 손 쓸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전했다.

창카이의 대학 동창은 창카이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슬퍼하면서 "이런 비극을 알리고 책임을 묻고 싶다. 도대체 누구의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지난달 23일 우한의 도시 봉쇄 조치 이래 병상이 심각하게 부족해 많은 환자는 확진 판정을 받고도 입원할 수 없었다.
차이신은 초기에 당국이 의심 환자 관리에 소홀했던 것을 `위기에 처한 타조가 모래 속에 머리를 박는 식`의 정책이라고 칭하면서 이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우선 환자가 제때 진단받지 못해 조기에 치료할 수 없었으며, 이는 경증 환자의 중증 환자 전환과 사망률 상승을 초래한 점을 꼽았다.
또한 대부분 의심 환자가 병원에 격리되지 못하고 집에서 병상이 나기만을 기다리다가 가족이 전염되고 지역사회로 바이러스가 번져 환자 수가 무섭게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차이신은 현장 취재 결과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해 경증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고 결국 사망하거나, 심지어 가족 가운데 여러 명이 숨지는 일이 한두 건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한편 차이신은 전문가를 인용해 일부 가정의 중증 환자 비율과 사망률이 높으며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의 특정 유전자와 친화도가 높은 것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의 한 의사는 병리검사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우한 일가족 사망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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