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 아니어도 괜찮아요"…우리가 ‘뒤로수’에 모인 이유 [TMI특공대]

정재홍 기자

입력 2019-12-06 17:04   수정 2019-12-06 17:38

    가로수 아닌 뒤로수에 모인 2030 창업자들
    동네 세탁소와 최신 유행이 만나는 ‘골목’
    월 1,500만원 높은 임대료가 만들어낸 아이러니
    젠트리피케이션의 대명사 서울 강남 가로수길. 아기자기한 편집숍이 자취를 감추고 대기업의 브랜드가 입점하기 시작하면서 개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설상가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사태 이후 중국인 발길까지 끊기면서 위기의 상권으로도 떠올랐죠. 압구정 로데오거리처럼 상권 자체가 죽어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프리미엄 이미지 탓에 상권 침체에도 임대료는 그다지 낮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소규모 상점들은 가로수길 인근 `세로수`, `뒤로수` 등 골목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습니다.(*영상에서는 뒤로수길을 배경으로 인플루언서처럼 멋진 사진 찍는 법을 다룹니다)
    배우에서 요리사가 된 김승미 사장, 뒤로수길에서 6년째 식당을 운영 중이다

    가로수길과 압구정역 사이 뒤로수 골목에서 카페를 창업한 신두영 사장
    ● 동네 세탁소 옆 간판 없는 카페…`골목`의 매력

    신사동 가로수길과 압구정역 사이 일명 `뒤로수`라고 지칭된 골목에서 간판도 없는 15평 남짓한 카페를 운영하는 31살 신두영 사장. 그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모순`의 매력 때문입니다. 가로수길과 도보로 3분밖에 걸리지 않는 곳이지만 분위기는 딴판입니다. 주택과 일반 세탁소가 있는 곳에 어르신과 아이가 손잡고 걸어가는 일반 동네와 다를 것 없는 분위기죠. 그러나 찾아오는 손님들은 동네와는 또 다릅니다. 가로수길 인근 상점과 회사에서 일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찾아와 카페 빈자리를 채웁니다.

    좀 더 가깝게 대화하라는 취지에서 카페엔 테이블 하나 없습니다. 마주 앉으면 서로의 무릎이 닿을 거리입니다.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다 최근 이곳에 둥지를 튼 신 사장은 매장 인테리어를 직접 할 만큼 자기 가게에 공을 들였습니다. 그는 모순의 문화가 있는 골목처럼 문화적인 공간으로서 카페가 손님들에게 다가갔으면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사동 가로수길은 골목을 구경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뒤로수길 전에 이미 가로수길에서 잠원 방향으로 세로수길이 들어섰었죠. 이곳도 이미 기업 브랜드들로 점령당한지 오래입니다.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소에 물어보니 세로수길의 15~20평 규모 소규모 상가의 월 임대료가 1,500만원에 육박한다고 하는데요. `핫`하다는 이유만으로 들어왔다가는 높은 임대료에 순식간에 점포를 정리하게 될지도 모를 가격입니다.

    ● 요리사가 된 배우…6년째 골목 지킴이

    높은 임대료를 피해 처음부터 골목에 건강 집밥 콘셉트의 식당을 차린 김승미 사장은 6년째 뒤로수를 지키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여려 편의 드라마에도 출연했던 배우였지만 누군가에게 캐스팅을 당해야 하는 직업적 한계에 부딪혀 배우생활을 접었습니다. 대신 일본에서 새롭게 접한 요리의 매력에 빠져 뒤로수에 8평 규모의 작은 식당을 오픈했습니다. 잡지사 인근에 자리를 잡은 덕에 소문이 빠르게 퍼져 손님이 늘었다는데요. 인기에 힘입어 2호점을 내고 직원도 6명이나 고용했지만 무리한 확장의 쓴맛(?)을 제대로 보고 1호점은 접은 채 현재 2호점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손님이 맛집을 발굴해서 찾아가는 SNS시대 `번화가`의 의미는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골목만의 매력이 있다고 자신 있게 답했죠. 맛집들이 간판도 내걸지 않는 시대에 음식의 맛과 분위기로 승부를 봐야한다는 겁니다. 가로수길 인근의 골목은 사람들이 찾아오기에 불편함이 없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임대료가 가로수길보다 몇 배나 저렴한 것도 장수의 비결 가운데 하나라고 전합니다.



    ● 임대료가 만들어낸 풍성한 골목

    얼마 전 라인프렌즈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가로수길에서 철수했습니다. 가로수길이라는 상징 탓에 기업들이 적자를 감소하고 매장을 열었지만 최근 기류는 조금 바뀌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가구 브랜드 `데스커`는 지난해 가로수 뒤쪽 골목에 시그니처 스토어를 개점했는데요. 프로게이머들을 위한 공간을 1층에, 3층은 독서토론을 위한 북카페로 구성했는데, 가구와 공간에 고객이 더 집중하라는 의미에서 위치를 뒤로수로 잡았습니다. 기업 브랜드들도 이젠 단순히 이목을 끌기 위해 번화가를 선택하기 보단 목적에 맞춰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한국감정원의 올해 3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0%대 이던 신사역 인근 소규모 상가(일반 2층 이하 연면적 330㎡ 이하)의 공실률은 올해 2분기 18.2%까지 치솟았다 다시 3분기 0%로 낮아졌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권리금이 없다보니 공실률이 들쑥날쑥 합니다. 한 마디로 쉽게 들어왔다가 쉽게 빠진다는 거죠. 공실이 나든 나지 않든 가로수길 인근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쉽게 낮추지 않을 모양입니다. 임대료를 낮추면 건물가격 자체가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죠. 높은 임대료에 상권도 불안하니 오랫동안 장사를 하고 싶은 젊은 창업자들은 가로수길 너머 더 깊은 골목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높은 임대료가 골목의 풍성한 볼거리를 만들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