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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대재앙 덮친다…강남 아파트값 언제 폭락하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9-11-11 10:52  

한국 부동산가격 정말 높은가…"다른 국가에 비해 높지 않다"


‘하…’. 지난 3월 청와대 회의실에서 종이 한 장을 받아든 문재인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한숨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 제목은 ‘2050년 한국 인구 피라미드’. 65세 이상 노인은 39.8%, 14세 이하 유소년은 8.9%를 차지하는 역(逆)피라미드 구조가 될 것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인구 절벽’과 ‘인구 대재앙’을 예고하는 보고서다.
생산함수(Y=f(K,L,A), K=자본, L=노동, f( )는 함수형태)에서 보듯이 인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가장 크다. 소비함수와 투입산출(I/O)표를 통해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소비지출, 생산유발액, 고용창출규모, 부가가치액 등을 모두 산출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유망산업이 떠오를 것인가’ 추정도 가능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부동산 가격을 예상하는 ‘인구통계학적 이론’이다. 4년 전 ‘한국 부동산(특히 강남) 시장이 인구절벽에 따라 장기침체에 접어들 것’이라는 내다봤던 해리 덴트의 ≪인구 절벽(The Demographic Cliff))≫’이 대표적이다. 같은 해 5대 시중은행장의 강남 집값 15% 폭락 예측도 동일한 근거에서다. 결과는 틀렸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부동산 시장예측에 관한 한 정확하다고 평가받았던 해리 덴트는 2010년을 기점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경우 미국 부동산 시장과 경기는 장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비용을 충당할 재원이 충분치 않아 보유 부동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역자산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은퇴 후 삶의 수단으로 주식보유 비율이 적은 우리로서는 인구통계학적 이론은 최소한 자가 소유(특히 아파트) 시장을 예측하는데 유용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1960년대 이후 최소한 이명박 정부 출범 2년까지 세대가 지날수록 자산계층이 두텁게 형성됨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한 단계씩 뛰었다.
그 이후 박근혜 정부 출범 2년 때까지 4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빠졌다. 때맞춰 헤리 덴트의 인구절벽이 나왔다. 5대 시중은행장을 비롯한 예측기관과 부동산 전문가의 비관론도 쏟아져 나왔다. 네트워킹 효과와 심리적인 요인이 겹쳐 국민들 사이에는 ‘이러다간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확산되자 부동산 가격을 띄워 경기회복을 모색하는 ‘초이노믹스’가 나왔다.
헤리 덴트를 비롯한 당시 비관론의 근거는 하나같이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 속도가 빨라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 이후 자산계층이 받쳐줄 가능성이 낮다“고 본 점이다. 특히 핵심자산계층인 45∼49세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18년 이후 한국 경기와 부동산 시장은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인구 절벽’의 주된 내용이다.
헤리 텐트의 주장은 금융위기 이후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관할대상이 바뀐 점을 무시한 결정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인구통계학적 예측기법이 맞으려면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신념대로 통화정책 관할대상에 자산시장 여건이 포함되지 말아야 한다(그린스펀 독트린).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밴 버냉키 전 Fed의 주장대로 자산시장을 포함시켜 통화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버냉키 독트린).
버냉키 독트린대로 통화정책을 추진할 경우 인구통계학적 이론에 따라 부동산과 같은 실물투자 수익률이 낮게 예상되더라도 금융차입 비용이 빨리 올라가는 것을 막을 경우 거품 붕괴를 막을 수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 추진을 미루거나 미국 중앙은행(Fed)가 금리인하, 양적완화를 재추진하는 이유다. 한국은행도 금리를 내리고 있다.

아직도 한국 부동산 시장(특히 강남)이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보는 예측기관과 부동산 전문가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역사상 유례가 없을 강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효과가 있기보다 경기침체, 빈집 확산, 지역 위화감 조성, 풍선 효과 등 부작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출발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과연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강력한 규제책이 없으면 안 잡힐 정도로 높으냐 하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부동산 밸류에이션은 구매능력(Affordability) 면에서 연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House Price-Income Ratio·P/I), 투자(Investment) 면에서 주택수익비율(House Price-Rent Ratio·P/R)로 평가한다.
구매능력 측면에서의 P/I는 부동산 총 취득 비용을 개인의 이자이후 소득으로 나눈 수치로, 과거 수치와 비교하여 높을 경우 현재 부동산 자산가치가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된 것을 의미한다. 투자 측면에서의 PR은 부동산 총 소요 비용을 연간 임대료로 나눈 수치로 P/I와 마찬가지로 과거에 비해 높으면 상대적으로 고평가됐음을 뜻한다.

P/I를 살펴보면 영국과 프랑스의 부동산 가격이 장기 평균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과 프랑스의 P/I는 장기 평균수준으부터 각각 30%, 20% 이상 대폭 상회하고 있어 거품이 우려된다. 최근 들어 주춤거리고 있는 미국과 독일의 경우 P/I가 장기평균에 근접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그동안 이어져왔던 가파른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한 소득 증가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거품을 우려할 정도로 높아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핵심도시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가격 양극화 현상을 반영하듯 전국적으로는 P/I가 지속 감소하고 있어 강남 등 일주 지역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침체 가능성을 더 우려된다.
투자 측면에서의 P/R을 살펴보면 독일, 이탈리아, 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장기 평균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의 경우 P/R이 2007년 이후 지속 감소해 2013년부터 장기평균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독일의 경우 아직까지는 장기평균을 하회하고 있으나, 작년 말까지 가파른 상승세로 장기평균선 근처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P/R은 장기평균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다. 영국의 경우 P/R 주요국 중 가장 높았으며, 중국 지방과의 양국화 심화 속에 핵심도시 부동산은 거품붕괴 우려가 제기될 정도로 고평가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부동산 가격은 다른 국가에 비해 높지 않다. 강남 지역도 다른 국가의 도시 집값에 비해 높은 편이 아니다. 오히려 빈집 대책도 함께 나와야 할 때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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