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자"며 창업하고 먹튀…손정의도 속수무책인 '이 회사' [지피지기]

김종학 기자

입력 2019-10-26 18:39   수정 2019-10-28 08:49


<위워크 공동 창업자 미구엘 매켈비, 애덤 노이만, 출처:we company>

맑은 날 여의도 공원을 찾으면 금융회사들이 이룬 스카이라인 끄트머리에 옛 휴렛팩커드(HP)빌딩이 보인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 미국 기업의 로고가 위워크(WeWork)라는 낯선 이름으로 바뀐 건 고작 2년 전의 일이다.
`우리 (함께) 일합니다`라는 그럴싸한 이름의 이 건물 안에 들어가면 넓은 라운지에 소속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테이블, 사무공간을 나눠쓰고, 커피며 인터넷, 프린터를 자유롭게 쓰는 `일하는` 공간이 펼쳐진다. 미국 뉴욕에서 시작한 위워크는 이러한 사업 모델로 전세계 40개국, 123곳으로 확장하며 올해 초까지 52조 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아왔다.
그런데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기업이 된 위워크가 심상치 않다. 유니콘 기업이라더니 상장 무기한 연기, 공동 창업자였던 노이먼의 먹튀와 구설수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공유경제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까지 불러일으킬 만큼의 파장, 그동안 위워크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발단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 고작 부동산 임대업?..손정의 즉흥 투자 후 바뀐 운명
2017년초 위워크 뉴욕 본사에 나타난 세계적 투자자의 결정에 이 회사의 운명이 바뀌었다. 바로 비전펀드로 혁신 기업을 찾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손 회장은 원래 2시간 동안 이 회사를 둘러보고 투자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무려 한 시간 반이나 지각하고선 애덤 노이먼(당시 38세) CEO를 만나자마자 "12분 밖에 얘기할 시간이 없다"며 즉석에서 투자를 결정했다.
손 회장은 노이먼을 아예 자신의 차에 태운 채로 아이패드를 꺼내 `비전펀드`의 투자 전략을 설명하고선 마치 레스토랑 냅킨에 서명을 주고받듯 아이패드 한 귀퉁이에 두 사람의 이름을 적고선 44억 달러의 투자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손 회장의 악몽도 시작됐다.

○ 백조인줄 알았더니 `미운 오리`..공유경제에 대한 회의론 부상
좋은 위치의 사무용 빌딩을 통째로 빌려 층 단위 또는 공간 단위로 스타트업이나 대기업 소형 부서에 재임대해주는 전략은 자금이 있다면 누구나 가능한 사업 전략이다. 그런데 손 회장은 즉석에서 거액을 투자하면서도 "아이디어는 쉽지만 따라하기 어려운 점, 노이만의 경험 등에 주목했다"고 한다.
노이만은 이미 유아동복 사업을 하다 비싼 임대료에 좌절한 뒤 2008년 빌딩 한 층을 통째로 빌리는 `그린 데스크`라는 재임대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한 터였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어본 손 회장이 사업가의 비전을 잘못 파악한 것일까? 위워크는 `재임대업`의 근본적인 약점을 노출한 채 손 회장의 투자금을 천문학적인 단위로 까먹고 있다.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세계적 도시, 서울도 강남, 여의도 등 비싼 건물을 빌리고, 그것도 15년에서 20년 장기 계약을 하는 바람에 요즘같은 경기 불황에 공실이라도 나면 속수무책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커피숍에 앉아 있는 마냥 태평스럽기만 사무실 모습과는 달리 작년 위워크 매출은 약 18억 달러(약 2조 원), 순손실은 16억 달러(약 1조 9천억 원)에 달한다. 다시 말해 100원어치를 팔아 100원어치 손실을 입으면서 비전펀드와 소프트뱅크 투자금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게 현재 위워크의 현실이다. 손 회장이 올해 초 소프트뱅크를 통해 2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고, CEO의 의결권을 줄여 해임까지 나섰음에도 뾰족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 직원들 버린 CEO..`혁신의 아이콘`에서 `먹튀 아이콘`으로
당초 추진하기로 했던 기업공개(IPO) 일정이 미뤄지고, 노이만의 일탈이 공개된 뒤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노이만은 브랜드 사용료를 이유로 거액을 챙겼다가 돌려주거나, 막 상장 절차를 진행하던 지난 7월엔 지분을 맘대로 처분해 약 8천억 원의 현금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월가의 실망감을 키웠다. 특히 회사를 떠난다던 노이만이 소프트뱅크로부터 매각 대금 약 1조 1천억 원, 약 2,200억원의 자문비용, 6천억 원의 대출금 등 모두 2조 원가까운 보상을 받는 사실까지 공개돼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노이만 부부는 회사가 망해가는 중에도 이미 2조 원 가까운 자산을 형성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외신들은 위워크는 사업 기반이 `부동산 재임대업`이었음에도 정보기술을 활용한 공간 기술 플랫폼 등으로 포장되어 고평가를 받아왔다다고 지적한다. 손 회장의 투자 이후 중국계 큰 손까지 몰려 기업가치가 470억 달러(약 52조 원)으로 배로 뛰었던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80억 달러, 앞으로 더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 과대 포장 벗겨졌다..다음 유니콘 기업 가능할까
기업가치 1조 이상의 `유니콘`으로 평가받으며 월가에 입성한 다른 스타트업들의 사정도 다르지는 않다. 차량공유 회사 리프트, 우버도 상장 직전 몸값을 낮췄음에도 주가 하락에 고전하고 있고, 펠로톤, 슬랙 등 이른바 뜨는 기업들도 시장에서 제자리를 못찾고 있다.
`토스`, `배달의 민족`, `여기어때` 등 유망 기업들이 성장하고 `패스트파이브` 등 위워크를 모방한 기업들이 성장 중인 한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데모데이` 참여기업들의 순수함이나 `스타트업` `미래` `혁신` 등으로 가려졌던 이들 기업에 대한 포장도 하나씩 벗겨지고 있다. `만약에 노이먼이 정신차렸더라면..`과 같은 수식어를 굳이 붙이지 않더라도 이미 시장에서 냉정한 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를 팔아야 하는 시대, 공유경제에 대한 회의론을 딛고, 시장이 요구하는 허들을 하나씩 넘어서며 성장할 기업들이 다시 나타날 수 있을까?



《지피지기(知彼知己)는 글로벌 경제 전쟁터의 복잡한 현상들을 깊게 분석하고 쉽게 전달하는 콘텐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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