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택보증공사도 1천억 못 돌려받았다…전세보증금 피해 일파만파

신인규 기자

입력 2019-07-23 17:55   수정 2019-07-23 17:17

    <앵커>

    최근 곳곳에서 전세보증금을 떼였다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죠. 강남 아파트를 제외한 곳에서 집값이 떨어지면서 발생한 갭투자 실패, 혹은 갭투자 실패처럼 보이려는 고의 파산 사례들도 나온다고 하는데요.

    전국에서 전세보증금 피해사례가 급증하면서, 전세금 보증사업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세입자에게 대신 내주고 건물주들에게 회수하지 못한 돈이 처음으로 1천억원을 넘을 만큼 상황이 심각합니다.

    신인규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영하는 전세반환보증보험사업 현황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전세반환보증은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넘겨지거나 계약 만기후 집주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않을 때 보증기관이 세입자에게 대신 돈을 지불하고, 이후 집주인에게 돈을 받아내는 '대위변제' 방식으로 가입자의 전세금을 보장합니다.

    올들어 상반기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낸 돈은 1,084억원. 처음으로 1천억원이 넘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16년 26억원 수준이었던 대위변제금액이 3년만에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증가한 겁니다.

    전세보증반환보험을 공사에 신청하는 '사고 건수'도 올해 6월말 기준 617건으로 지난해 전체 사고 건수인 372건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 서울 강남 등 특정 지역을 제외하면 집값이 주춤했고, 또 지난해 9.13 대책으로 강해진 대출 규제 등이 다주택자의 실패, 이른바 '갭투자의 실패'를 양산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경매 시장에 매물로 올라가는 집들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6월말 기준 일평균 법원 경매진행건수는 551건으로 지난 2016년 5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인터뷰>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

    "저희는 갭투자에 관련된 내용들이 주거시설 경매 증가세의 한 원인이 아닐까 파악하고 있는데요. 갭투자자가 보유한 물건이 경매에 나올 경우 적게는 수십채, 많게는 수백채가 한꺼번에 경매 시장에 쏟아진다는 점에서 최근 불거진 갭투자 실패가 주거시설 경매건수 증가로 이어진다는 합리적인 추론은 가능하다고 보여집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갭투자 실패인 것처럼 꾸민 기획 사기로 의심되는 정황도 나옵니다.

    경기도 수원에서는 800여 세대를 가진 건물주가 전세보증금 반환을 거부한 채 법인을 설립하는 식으로 재산을 은닉하고, 세입자들에게 집을 알선해준 공인중개사들은 동시에 잠적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갭투자 실패, 혹은 계획된 고의 사기. 어떤 이름이라도 집값 안정의 부산물로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그 피해와 여파가 적지 않습니다.

    흔들리는 부동산 시장과 맞물려 일어나는 일련의 사태들이 사회적, 경제적 현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경제TV 신인규입니다.

    <앵커> 이처럼 전세보증금 피해가 확산되고 있지만, 세입자 개인이 알아서 피해를 예방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내가 계약할 집주인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만 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필요한 대책들을 이근형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수원 영통에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세입자 K씨는 아무리 노력해도 사전에 피해를 막을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정부가 최근 홍보하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조차 가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피해자 K씨(집단소송 대표)

    “근린(생활)시설같은 경우는 전세보증보험에서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왜 나가지 않고 그러냐 하는데 사회초년생들이 1억이상의 대출을 받아서 나갈 수가 없죠. 결국 필요에 의해서 어쩔 수가 없이 여기에 살게 되는 건데…”

    자산이 적은 사회초년생들은 아파트를 이용할 여력이 안되고 회사(삼성전자)로 출퇴근이 가깝다는 이유로 원룸에 대거 입주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일대는 용도상 공업지역으로 주거시설이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

    주거용으로 위장한 ‘근린생활시설’에 입주하는 바람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가입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 역시 건물 전체의 전입세대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길이 없어 세입자에게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확정일자를 받고 전입신고까지 했지만 민사소송에 따라 건물이 경매로 헐값에 팔릴 경우 피해 세입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은 원금의 5분의 1도 안됩니다.

    조심하고 노력해도 제도의 공백 앞에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기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투자로 부실이 우려되는 임대인의 경우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인터뷰>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1가구 2주택 3주택 늘어나 다주택자가 되면 의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게 하거나, 세입자가 의무적으로 전세보증금 반환 보험을 가입하게 하거나…”

    세입자와 중개사가 집주인 정보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인터뷰>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

    “(특히)다가구 같은 경우 한 주택에 몇 명의 세입자가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세입자들의 전체 보증금이 얼마나 되는지, 선순위 세입자들의 보증금 통합이 얼만지 이런 것들이 전혀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피해 세입자가 받을 수 있는 최우선변제금 한도를 상향하고, 부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투자를 한 임대인에게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아울러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와 SGI서울보증만 운영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민간 보험사들에게 개방할 필요성 역시 제기됩니다.

    임대인의 자유로운 투자행위를 보장하면서도 세입자들이 정보부족이나 고의적인 사기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국경제TV 이근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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