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공들인 인보사, 2년만에 퇴출…후폭풍 어디까지 [양재준 기자의 알투바이오]

양재준 선임기자

입력 2019-05-28 10:41   수정 2019-05-28 10:55

코오롱그룹이 20년간 공들여 연구개발한 세포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K`가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코오롱티슈진 등 미국 현지 조사와 내부 검토를 거친 결과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K`에 대해 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번 식약처의 결정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은 물론 제약·바이오 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알투바이오에서 인보사K의 허가 취소에 따른 영향을 집중 점검했습니다.

▲ 코오롱그룹, 20년 공든 탑 무너졌다
흔히 제약·바이오 산업은 꿈과 신뢰로 유지되는 산업입니다.
신약개발은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산업이 아닙니다.
인보사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년 코오롱그룹이 신약 후보 물질을 도출했습니다.
이후 1999년 코오롱그룹은 (주)코오롱에서 인보사 개발을 본격화했고, 2006년 임상시험에 들어간 후 2017년 7월 시판 허가를 받았습니다.
인보사K는 주성분이 1액과 2액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액은 동종유래 연골세포이고, 2액은 `세포조직을 빨리 증식하게 하는 인자(TGF-β1 유전자)`가 도입된 동종유래 연골세포입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2액으로, 2액의 허가사항은 유전자가 포함된 연골세포였지만, 유통 제품은 유전자를 전달하는 매개체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신장세포주가 혼입된 것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지난 3월 말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에서 진행중인 임상시험 3상 과정에서 2액의 성분이 한국 허가 당시 제출 자료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고 인보사K의 유통·판매를 중지했습니다.
이후 식약처는 자체 조사와 내부 검토를 거친 후 지난 19일부터 조사관을 파견해 미국 연구개발사 코오롱티슈진과 `인보사` 제조용 세포주 제조소인 우시, 세포은행보관소 피셔 등을 실사했습니다.
식약처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보사K에 대해 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습니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식약처는 인보사K의 2액이 자료에 제출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이 됐고, 코오롱생명과학이 (허가 당시) 허위의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인보사 품목하가를 코오롱생명과학을 (검찰)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 검찰 수사, 소송, 해외 수출 `파장 클 듯`

1)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 책임론 `불가피`
식약처가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해 검찰 수사 의뢰를 하면서 코오롱그룹은 그야말로 초상집 신세가 됐습니다.
검찰 수사가 향후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뿐 아니라 이웅렬 전 회장 등 그룹 수뇌부를 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웅렬 전 코오롱그룹 회장은 올해 초 은퇴를 선언했지만, 식약처의 인보사K 인허가 시점은 지난 2017년 7월입니다.
그동안 이웅렬 전 회장은 인보사K에 대해 `네번째 아이`라고 할 만큼 애착을 가졌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바이오업계의 시각입니다.
설상가상으로 법무법인 오킴스는 인보사K를 투여한 환자 244명을 모아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섰습니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27일 현재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환자는 총 375명이며, 이 중 소장접수 서류가 완비된 244명에 대한 공동소송 소장을 28일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2) 1조원 기술수출 `물거품`·해외 소송 차질
코오롱생명과학은 다국적 제약사인 먼디파마와 제휴해 국내는 물론 해외 진출을 위한 기술 수출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1조 247억원에 달하는 인보사 기술수출과 제품수출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미국 먼디파마와 인보사의 일본 시장 기술수출 계약(6,677억원)을 맺었고, 중국 하이난성(2,300억원),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1,000억원), 홍콩·마카오(170억원), 몽골(100억원) 지역에도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문제는 이번 식약처 허가 취소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3상 보류 등에 따라 사실상 기술 수출과 제품 수출이 물거품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여기에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2017년 일본 미스비스타나베제약과 인보사 기술 수출을 맺었지만, 일본측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계약 파기는 물론 국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코오롱티슈진·생명과학 상장 유지 `논란`·투자자 소송 비화
코오롱생명과학과 티슈진의 사업 구조를 살펴볼 경우 코오롱생명과학은 상장 유지에 있어 큰 부담이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K에 대한 향후 매출 의존도가 크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을 이어갈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코오롱티슈진의 매출은 복합유통사업 344만 달러, 화장품사업 59만 달러, 바이오사업(인보사부문) 18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4월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의 회계법인인 한영회계법인은 "2018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재감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향후 검찰 수사에서 경영진의 문제가 드러날 경우 투자자들의 집단 소송도 불거질 수 있습니다.
인보사 성분변경 파문으로 4,000억원대 투자 손실을 입은 소액주주들이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등 전현직 경영진을 상대로 집단소송 움지김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제일합동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 100여명은 코오롱티슈진과 경영진이 인보사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고의로 은폐했다며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신뢰 바탕 제약·바이오산업 투자심리 악화
제약·바이오산업은 철저히 신뢰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이를 역이용하는 세력들도 있지만, 그만큼 오랜 시간을 들여 연구개발하면서 이뤄지는 게 신약개발입니다.
투자자는 물론 개발자 모두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기다리면서 신약개발의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최근 몇 년 간 바이오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기업공개를 하면서 신약개발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번 인보사 사태는 이러한 신뢰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보사 허가 취소로 인해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도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보사 사태는 신약개발의 불확실성과 불신을 증폭시켰던 사건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향후에도 신약 연구개발 기업에 대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치는 불씨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오업계는 이번 인보사 허가 취소로 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지원과 규제 완화에도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비치고 있습니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총괄부회장은 "이번 정부에서 제약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많은 규제 개혁이라든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육성하려는 시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이승규 총괄부회장은 "우리나라가 좀 더 제약산업을 글로벌화하고 리드할 수 있는 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중간의 성장통이라고 보고, 정부 또한,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고 해서 제약산업의 발전에 좀 더 신장시켜 좋은 산업으로 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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