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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움직임으로 본 증시…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9-04-22 09:33  



이달 들어 외국인 자금 흐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일별로 유출입이 반복되고 있지만 지난 3월 말까지 외국인 자금의 유입세가 지속돼 왔다. 외국인 자금의 유입근거로 국내 증권사는 저평가 요인을 꼽아 왔다. 하지만 저평가 요인은 금융위기 이후 주가 예측이나 투자 권유 차원에서 계속해서 거론돼온 점을 감안하면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다른 요인이 더 크다는 의미다. 지금은 정책이나 경기, 투자자 성향 면에서 대전환기다. 정책 면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 보유자산 매각 중단 등 출구전략 추진이 주춤거리고 있다. 경기 면에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흐트러지고 투자자도 위험자산 선호 경향이 약화되고 있다.
대전환기에 글로벌 자금흐름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기준은 어느 한편으로 방향이 잡힐 때까지 자금을 넣어둘 수 있는 ‘쉘터(shelter·피난처)’ 기능이다. 투자국 지위로 볼 때도 한국은 파이낸셜타임스(FTSE) 지수로는 선진국, 모건스탠리(MSCI) 지수로는 신흥국이다. 준(準)선진국인 셈이다.
‘선진국(미국)과 신흥국(중국) 간 대립구조’로 특징짓는 세계경제질서에서 두 권역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한국과 같은 국가들은 대전환기에 대기성 자금을 넣어둘 수 있는 최적 국가로 분류된다. 반대로 선진국, 신흥국 어느 한 편으로 가닥이 잡히면 한국 증시에 유입됐던 자금은 의외로 빨리 빠져 나갈 수 있다는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올 들어 외국인의 성격을 놓고 ‘위장된 축복(blessing in disguise)’이 될 것인가와 ‘진정한 축복(blessing in truth)’이 될 것인가를 놓고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논쟁 결과에 따라 국내 주가의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원·달러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이탈 간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것이라는 우려다.
도널드 트럼프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00원을 중심으로 상하 50원 범위 내에서 움직여왔다. 이달 들어 1,140원대로 오른 것도 이 범위를 이탈하지 않는 것인데도 각종 위기설에 편승해 1990년대 외환위기 당시처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 들어 달러인덱스는 95∼97대에서 오르내리면서 큰 변화가 없다. 달러인덱스 구성통화는 유로, 파운드, 엔,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스웨덴 크로네 등 6개 통화다. 각국의 변화된 위상을 감안해 크로네를 빼고 위안화를 편입한 신달러인덱스로 달러 가치를 평가해 보면 오히려 떨어지는 추세다.
원·달러 환율 결정에 가장 중요한 미국 경제는 1990년대에는 전후 최장의 호황국면이었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0년대 후반에는 ‘수확 체증의 법칙’의 적용되는 정보기술(IT) 업종이 주도하면서 높은 성장에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 ‘신경제(new economy) 신화’를 기록했다. 성장률만 하더라도 연평균 5%대다.
20년이 지난 미국 경제는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1990년대를 뛰어넘는 전후 최장의 호황국면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올해 들어 이 기대에 균열이 생기면서 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 이후 장단기 금리가 12년 만에 역전되자 경기침체 논쟁으로 악화되고 있다. 성장률도 2%대로 1990년대 후반의 절반 이하다.
1990년대 미국과 다른 국가 간 금리는 ‘대발산(GD·great divergence)’ 시기였다. GD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1994년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은 정책금리를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안에 3.75%에서 6%로 올렸다. 같은 시점에 독일의 분데스방크는 5%에서 4.5%로 인하했다.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도 금리를 내렸다.



2015년 12월 Fed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작년 말까지 1990년대 버금되는 대발산 시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 3월 Fed 회의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금리동결과 함께 0.5% 포인트 인하설까지 나돌면서 금융위기 직후처럼 ‘대수렴(GC·great convergence)’ 시기가 재도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달러 가치는 ‘머큐리(Mercury)’로 표현되는 펀더멘털 요인과 ‘마스(Mars)’로 지칭되는 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1990년대 중반 역(逆)풀라지 합의 이후 엔·달러 환율이 79엔에서 148엔이 될 정도로 강한 달러 정책을 표방했다.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로버트 루빈의 이름을 따 ‘루빈 독트린’이 전개됐던 시기다.
신흥국은 대규모 자금이탈에 시달렸다.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국가채무 불이행 사태까지 이어지는 신흥국 위기가 잇달아 발생(`그린스펀·루빈 쇼크`라 부른다)했다. 미국도 슈퍼 달러의 부작용을 버티지 못하고 2000년 이후에는 ‘IT 버블 붕괴’라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달러 정책은 일관적이지 못하다. 출범 첫해에는 약(弱)달러, 이듬해에는 강(强)달러를 선호했다. 올해 들어서는 작년 상품수지 적자가 8,913억 달러로 건국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함에 따라 강한 달러 정책을 밀고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 등 무역적자국에 대해 통화 가치 절상 압력을 높이고 있다.
1990년대 한국 경제는 일본 경제 의존도가 높아 원·엔 동조화 추세가 뚜렷했다. 역플라자 합의 이후 엔·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원·달러 환율도 덩달아 오르면서 외환위기를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가세됐다. 최근에는 원·위안화 상관계수가 0.9에 이를 만큼 중국 경제와 밀접하다. 작년 말까지 7위안 선을 넘나들던 위안·달러 환율이 6.6위안대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 경기를 보는 시각은 20년 전 강경식팀이나 지금 홍남기팀도 비슷하다. 이른바 ‘펀더덴털론’이다. 하지만 300억 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2선 자금까지 합칠 경우 5,400억 달러가 넘는다. 외환위기 직전 1996년 23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도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흑자세가 지속되고 있다.
1990년대처럼 위기가 재발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은 적다. 그럼에도 대내외 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각종 위기설이 판치는 것은 경제운용 체제를 중심으로 한 경제시스템에서 연유된다는 점을 한국의 경제 각료일수록 알아야 한다. 대중 인기영합적인 정책과 잦은 정책변경보다 경제시스템을 안정시킬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
빠르면 이번 주에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가 발표된다. 올해 6월에 있을 주요 20개국(G20) 회담에서 있을 미중 간 정상회담을 감안해 이번 환율보고서는 넘어간다 하더라도 DTD가 새로운 미중 간 마찰의 불씨로 대두됨에 따라 중국이 언제든지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돼 환율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IMF가 앞으로 있을 미중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환율조작 방지’만이라도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은 IMF 구제금융 수혜국이자 중국에 대한 경제비중이 높은 국가다. 대외경제정책도 중국에 편향적이다. IMF에 따르면 미중 무역협상 불발로 세계 관세율이 1% 포인트 인상되면 국내총생산(GDP)가 0.65% 감소돼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국가로 추정됐다. 위안화 환율조작방지가 명문화되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은 작아진다는 의미다




한상춘/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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