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알바' 따로없다...6곳 중 1곳만 시간외수당 [JOB다한 이야기]

입력 2019-04-02 10:31  

교수님 눈치 보느라 쉬쉬·일당 못 받고 일하는 청년들
화려함 뒤에 가려진 영화제 스태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센텀시티에 위치한 ‘영화의 전당’ 야경. (사진=한국경제DB)
축제의 계절 봄이다. 이맘때쯤이면 슬슬 완연한 봄기운 속에서 열릴 각종 영화제와 음악제 등 행사 소식이 들려온다. 문화업계 취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는 행사 스태프로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무대 위 화려한 조명, 그것들을 지휘하고 세팅하는 스태프들. 겉보기에 멋진 일처럼 보이지만 이를 밥벌이로 생각하는 현직 스태프들의 현실은 많이 다르다. 이들은 장시간 노동을 하는 것은 물론 시간 외 수당도 받지 못하는 등 부당한 계약직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화려한 축제의 이면에 가려진 스태프들의 쓸쓸한 그림자는 유난히 더 커 보인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기간제 노동자 176명에게 약 5억원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재직했던 스태프와 퇴직한 스태프 등 총 176명에게 야간·연장·휴일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영화제 조직위는 또 18세 이상 여성 스태프 11명에게 동의 없이 야간과 휴일 근로를 시켰던 점과 연장근로와 관련해 근로기준법 위반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는 고용부가 지난해 11월 19일부터 3일간 국내 주요 영화제 6곳을 수시 감독한 결과였다. 6곳 영화제 전체 임금체불 규모가 5억 9600만원이었는데, 이 중 부산국제영화제 스태프 임금체불 규모가 88%를 차지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72명에게 5400만원, DMZ 국제다큐영화제는 31명에게 900만원,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23명에게 500만원,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80명에게 300만원,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1명에게 13만원을 각각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국내 6대 국제영화제 6곳 중 1곳만 ‘지급’
영화제 개최 2~3개월 전부터 스태프들의 움직임은 바빠진다. 지방 출장은 물론이고, 무거운 장비 이동 및 세팅, 매일 같은 야근 등 악조건으로 보내는 날들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에 따른 시간 외 수당은 제대로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행사 기간에만 근무하는 계약직이나 일용직 근로자들은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며 힘겹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의 ‘영화제스태프 노동실태 제보분석결과’ 자료에 따르면, 청년유니온에 제보한 영화제 스태프 34명의 평균연령은 31.2세, 영화제 개최 전 1개월간 주 평균 노동시간은 67.5시간이었다. 청년유니온이 제보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국내 6대 국제영화제 각각의 시간 외 수당 지급방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6대 국제영화제들의 2018년 근무 스태프들에게 시간 외 수당에 대한 제보를 받고 조사한 결과 표. (자료 제공=청년유니온)

DMZ다큐멘터리영화제를 제외하고는 시간 외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는 영화제는 없었다.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모두 스태프들의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전주국제영화제 스태프의 경우 시간 외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20만원을 지급했다고 답했다. 제보자 34명의 근로계약 97개중 87.6%는 계약기간이 짧아 실업급여도 받지 못했다. 일용근로자에 대한 원천징수 세율이 1일 15만원 초과금액에 대해 6.6%인걸 감안하면 사실상 받는 급여는 더 적어진다.
부산국제영화제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30여명 정도의 정규직 직원도 시간 외 수당을 받은 적이 없다. 120~130명 정도의 계약직 스태프들도 마찬가지다”라면서 “어쨌든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지 못한 점은 우리가 잘못한 것이다. 올해는 운영체계를 바꿔보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행사 무대감독으로 일했던 S(30) 씨는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했다. “영화제나 음악페스티벌 등 문화행사의 스태프 모집 공고는 드물게 뜬다. 보통 영화나 무대 관련 전공 대학교수가 지인을 통해 제자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채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청년들은 부당 대우를 받아도 교수님의 눈치를 보느라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쉬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평균계약기간 4.4개월…투잡, 쓰리잡은 기본
근로계약 체계도 문제다. 청년유니온에 제보한 영화제 스태프 34명 중 32명은 임시직근로자였으며, 평균 계약 기간은 4.4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기간은 평균적으로 2년, 경력 기간 영화제와의 근로계약 횟수는 3.3회 정도였다. 정리하자면, 임시직근로자들은 2년 동안 4.4개월 단위로 3개의 영화제를 전전하는 것이다. 근무 기간이 짧다 보니 고용보험 수급조건을 충족하는 최소기간(주 5일 기준, 최소 7.5개월 이상)도 충족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영화제가 끝난 뒤 계약이 해지되면, 다른 영화제에서 단기계약으로 일하다 이듬해에 다시 같은 영화제로 돌아와 근로계약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마저도 다른 영화제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실직상태에 놓이게 된다.

영화제 스태프 J(34) 씨는 “연초, 연말에 일이 몰리긴 하지만 매번 근로계약을 하고도 불안하다. 당장은 버티더라도 다음 계약이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불안한 프리랜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불러주는 곳은 점점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문화행사 운영조직은 일반 기업의 조직과 다르게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프로젝트 중심의 업무로 진행되다 보니, 정해진 기간 필요인력에 대한 고용만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불안한 고용형태가 지속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청년유니온 측은 추후 영화제 스태프들의 처우를 개선한다고 할 때, 고용 기간을 실업급여수급요건을 충족하게 함으로써 불안정노동으로 인한 소득저하를 어느 정도 해소해 주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비정규직 스태프의 승진 및 호봉반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오랜 시간 감춰졌던 영화제의 민낯이 일부 드러난 것이 한편으론 다행스럽기도 하다. 모든 사람의 노동의 가치가 정당하게 존중받는 날까지, 우리는 관심을 두고 부단히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김지민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min5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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