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준 기자의 알투바이오] 중소형 제약사에 '금난전권' 카드를 꺼냈다

양재준 선임기자

입력 2019-03-27 12:02  

보건당국이 무분별한 복제약(제너릭) 출시에 대해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강력한 카드를 꺼냈습니다.
일부 중소형 제약사들과 불법 리베이트의 숙주인 영업대행(CSO) 제약사들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하겠다는 것인데요.
이번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 방안이 중소형 제약사들에게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반면, 탄탄한 연구개발(R&D)와 생산시설을 갖춘 동아ST를 비롯해 종근당, JW중외제약, GC녹십자, 대웅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에게는 중장기적으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알투바이오에서는 이번 보건복지부의 약가 제도 개편 방안과 의미에 대해 집중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 `금난전권` 카드 꺼낸 보건복지부…21번째 복제약부터는 `퇴출`
(금난전권 : 조선 후기에 육의전이나 시전 상인들이 허가받지 않은 상인인 난전을 금지할 수 있었던 권리)
보건복지부는 올 하반기부터 복제약(제네릭) 의약품 차등 보상 제도를 실시하는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27일 발표했습니다.
이번 방안에서 핵심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즉 생동성 시험을 자체적으로 하지 않거나 등재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약가를 크게 낮춘다는 것입니다.
또, 건강보험에 21번째부터 등재되는 제너릭에 대해서는 약가를 크게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현재 오리지널 의약품이 특허가 만료되고 복제약이 출시되면 가격은 100%에서 70%로 떨어지게 됩니다.
즉, 100원이던 오리지날 의약품 약가는 70원이 되고, 출시된 복제약의 약가는 53.55원을 적용받고 있는데요.
복제약은 크게 2가지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통해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형 제약사들은 자체 연구개발(R&D)나 생산시설없이 위탁을 통해 약가를 받고 시장에 출시를 해왔습니다.

▲ 발사르탄 사태로 제도 정비 필요
하지만, 지난해 8월 발생한 발암물질이 함유된 발사르탄 사태가 터지면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제약사들 역시 이익 추구를 위해 무분별한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는데요.
지난해 8월 대봉엘에스가 제조한 일부 고혈압치료제에서도 암을 유발하는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식품의약품약안전처는 대봉엘에스의 발사르탄에 대해 잠정 판매와 제조 중지를 조치하고, 해당 원료를 사용해 제조된 완제의약품(22개사, 59개 품목)에 대해서도 잠정 판매중지와 처방을 제한하도록 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환자가 믿고 먹어야 할 약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한 것은 제약업계가 크게 반성할 부분입니다.
▲ 생동성 시험·원료의약품 등재 필수
그렇다면 이번 조치는 어떻게 개편되는 것일까요?
보건복지부는 먼저 2개의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실시하거나 식약처가 고시한 등재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할 경우 복제약 가격을 유지해 준다는 것입니다.
2개 기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현재와 같이(제네릭 등재 전)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로 가격이 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1개 기준 요건을 충족할 경우 1개 기준을 만족할 경우 53.55%의 85%인 45.52%를, 만족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38.69%까지 가격을 인하한다는 것입니다.
즉, 복제약이 출시될 경우 2개 조건이 맞으면 53.55원, 1개 조건이 맞으면 45.52%, 만족 요건이 없으면 38.69원으로 건강보험 등재 가격을 처리한다는 것이죠.
이렇게 될 경우 자체 연구개발 능력이 없어 생동성 시험을 수행할 수 없는 중소형 제약사나 값싼 중국산 원료의약품을 사용하는 중소형 제약사는 불리한 가격을 책정받게 됩니다.
결국 중소형 제약사들은 생동성시험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거나 식약처에 등재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해서 가격을 유리하게 책정받는 게 중요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원료의약품(API)을 생산하는 동아쏘시오그룹의 에스티팜, 종근당 계열의 경보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계열의 한미정밀화학, 대웅제약 계열의 대웅바이오 등은 일정 부분 수혜를 입을 전망입니다.

▲ 21번째 복제약부터는 자동 퇴출 유도
2가지 조건에 맞는다고 복제약을 출시하더라도 21번째 이후에 출시되는 복제약의 가격은 추가로 인하하겠다는 게 복지부의 판단입니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등재 순서 21번째부터는 기준 요건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최저가의 85% 수준으로 약가가 산정된다고 밝혔는데요.
즉, 최저가인 38.69원의 85%인 32.88원을 건강보험 급여로 적용하겠다는 것입니다.
2개 조건을 갖춘 복제약(53.55원)의 가격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가격이 떨어뜨린 것인데요.
사실상 복제약을 출시해도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강화한 것입니다.
여기에 22번째로 건강보험에 등재되는 복제약은 21번째 약가 대비 85%를 적용받게 됩니다.
실제 제약사들이 출시한 고혈압치료제의 경우 복제약만 100개가 넘고 있는데요.
이들 가격은 현재 53.55원을 적용받는데, 앞으로는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21번째 복제약부터는 개발을 해도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퇴출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가령 A 제약사가 최저가인 32.8원에 출시했을 경우 영업비용이나 영업대행 수수료(35%선)를 지불하고 의사나 약사에게 불법 리베이트 제공을 할 경우 남는 게 없게 되는 것이죠.
▲ 400개 이상 난립한 국내 제약업계 구조조정 필요
400개 이상 난립하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에는 구조조정의 서막이 오르게 된 것입니다.
중소형 제약사 좀 정리돼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지난 2017년 제약·바이오업계 전체 의약품 생산규모는 20조 2,000억원 가량이었고, 지난해 생산규모는 22조원 가량을 기록했는데요.
국내에 허가된 제약사수로 의약품 생산규모를 나누면 평균 생산규모는 550억원입니다.
반면, 다국적 제약사인 애브비의 `휴미라`는 지난 2017년 판매규모가 22조원(198억 달러)였습니다.
물론 제약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제약바이오협회 등 유관단체들은 이번 정책을 싫어할 수 있습니다.
제약업계 경영위기를 운운하겠지요.
하지만, 애브비의 `휴미라` 하나만도 못한 국내 제약사 시장 규모와 비교해 본다면, 반드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은 맞다고 봅니다.
복지부는 제약업계와 의료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 제네릭의 경우 일정 기간 경과 후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하는 제품부터 개편안을 적용하고, 기존에 등재된 제네릭의 경우 기준 요건 적용 준비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해 준비기간(3년) 부여후 개편안을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 시행을 통해 제약사의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고 대내외 경쟁력도 강화되도록 하는 한편, 환자 안전 관리 강화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는데요.
▲ 대형 제약사, 이번에는 정책 혜택 보나?
좀 정리가 되서 유한양행, 한미약품, GC녹십자, JW증외제약,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종근당 등 같은 상위권 제약사들이 정부의 정책에 따라 제대로 커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를 통해 제약사들 역시 신약개발과 글로벌 진출이 왜 필요한 지 깨닫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어느 중소형 제약사가 불법 리베이트를 뿌리고 다닐까나요?
제약사 이사회에서 `아버지`하고 부르는 철없는 제약 3,4세들도 좀 정리가 되려나요?
《알투바이오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추구하는 기자의 `알고 투자하자 바이오`의 줄임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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