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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는 환율전쟁…원·달러 환율 어떻게 움직일까 -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9-03-11 07:47  

미중 무역마찰 2년…급부상하는 제2 플라자 논의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됐다. 세계인의 이목이 ‘미·중 무역협상이 어떻게 끝날 것인가’로 빠르게 이동되고 있다. 북·미 회담 결렬에 ‘위대한 결정’이란 평가도 있지만 ‘준비가 부족한 외교적 실패’라는 비판도 만만치 많은 만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타결시키려는 의지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의 분위기는 대조적이다. 유예기간을 연장시킨 미국은 연일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의외로 차분하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인지, 외교전략 전통대로 정중동 속에 실리를 추구하는 것인지는 회담 결과가 나와 봐야 할 수 있다. 북·미 회담이 결렬된 이후 후자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 `북미 회담 결렬` 트럼프, 중국과 타협 불가피
어떤 형태든 타협은 해야 한다. 북·미 회담 결렬로 더 추락한 대외 정치역량을 보여줘야 할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국과 타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는 경기문제를 풀어야 할 시진핑 국가주석 입장에서도 미국으로부터 통상압력을 완화시키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더 급하다. 올해 하반기부터 공화당 최종 후보가 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기득권을 누릴 만큼 뚜렷한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유일한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경기와 증시 호조는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확인됐듯이 유권자에게 확실하게 부각될 수 있는 카드는 못된다.
타협 가능한 대상을 모색해 보면 비관세장벽, 지적재산권, 온라인 상 기술 탈취 등과 같은 민감한 의제는 다룰 수 없다. 지금까지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의제도 마찬가지다. 미래에 국부와 패권국 위상을 좌우할 첨단기술 견제는 무역협상 타결과 관계없이 계속해서 가져가야 할 양국의 숙제이자 난제다.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려면 지금까지 다뤄왔던 의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시각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국제적인 비난 속에 보복관세 부과에 주력해 왔다. 중국도 보복관세가 부과됐던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빠르게 침체되면서 4분기에는 성장률이 목표 하단선인 6.5% 밑으로 떨어졌다.
트럼프 정부가 보복관세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가 절하돼서는 안 된다.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면 보복관세 효과가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북한에 이어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결렬되거나 보복관세 효과가 무력화되면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은 물 건너갈 가능성이 높다.
◇ 시진핑, 위안화 절하 어려워…"환율조작국 가능성"
중국도 수출과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유혹이 높은 위안화 가치 절하를 쉽게 가져갈 수 없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리고 인민은행은 내려온 금리 여건에서 위안화 가치까지 절하되면 외국인 자금 이탈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작년 이후 유동성 공급, 해외투자 제한, 차이나 머니 회수 등에도 풀이지 않는 신용경색이 더 심해져 ‘3대 회색코뿔소’ 현안이 전면에 드러날 경우 최악의 국면에 몰릴 수 있다.
다음 달 중순에 발표될 미국 재무부의 올해 상반기 환율 보고서에서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부터는 △대규모 경상수지흑자 △유의미한 대미국 무역수지흑자 중 한 가지만 걸리더라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규정한 ‘1988년 종합무역법’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위안화 가치 절하를 못한다면 한 발 더 나아가 ‘달러화 약세-위안화 절상’을 유도하는 ‘제2 플라자 협정이 탄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미국은 수출입 구조가 ‘마샬-러너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달러 약세로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중국도 위안화 가치 절상은 수출과 경기에 받을 부담이 크다.
제2 플라자 협정이 탄생된다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 없는 국제통화제도에서는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회담에서 ‘경상흑자 4% 룰(GDP대비 4%를 상회하는 경상흑자국은 외환시장 개입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에 합의했던 것은 의미가 컸지만 잘 지켜지지 않아 왔다.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환율조작 방지’라는 애매모호하더라도 명문화하는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극단적인 마찰’보다 다행한 일이지만 불안 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다. 신호등 체계에서 ‘빨간색’에서 ‘주황색’으로 한 단계 낮아지는 수준으로 앞으로 미중 간 마찰은 타협점이 마련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다.
미·중 간 무역마찰이 2년 이상 지속되면서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 질서에 가져다준 변화는 매우 크고 광범위하다. 이제는 개인의 재테크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글로벌 투자자 사이에는 중국뿐만 아니라 중국과 대외관계가 친한 국가에 투자하지 말라는 새로운 ‘불문율’이 생기고 있다.
허브(hub)국인 중국 경제부터 심상치 않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6.4%로 목표치(6.5∼7%) 하단을 벗어났다. 그림자 금융, 과다 부채, 부동산 거품 등 이른바 ‘회색 코뿔소’ 현안이 쉽게 해결되지 어려울 것으로 보여 앞날도 밝지 못하다. 중진국 함정과 금융위기 가능성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미·중 간 마찰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대외관계가 극적으로 변한 국가가 이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지우기’ 일환으로 이란과 핵 협정을 포기하고 40년 만에 경제제재 조치를 재개했다. 다급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중국과 대체관계를 모색하다가 경제와 금융시장이 난기류에 빠지는 악수를 뒀다.
같은 처지에 있는 국가가 터키다. 미국인 목사 인질사건에다 테러 적성국에 무기를 팔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인 감정싸움까지 벌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중국과 관계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으나 최대 의결권을 갖은 미국의 반대에 부딪쳐 수포로 돌아갔다.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너무 앞서가다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돼 경제가 어려워지고 주가가 급락했던 국가가 파키스탄과 스리랑카다. 파키스탄의 경우 믿었던 중국이 자국 내 신용경색으로 오히려 해외투자자산을 회수함에 따라 경기와 금융시장이 더 어려워졌다. 남북 관계에 앞서가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라 대통령은 경제파탄을 막기 위해 중국에게 차관 공여를 요청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지난 1월 15일에 마두라 대통령은 취임식을 가졌으나 미국은 야당 지도자인 후안 콰이도를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군사 개입까지 고려하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같은 처지다. 강력한 마약사법 처리 등으로 한때 국민의 지지도가 90%까지 올라갔던 마무리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견제로 성급하게 중국과 관계를 모색했다. 미국 경제와 천수답(天水畓) 구조를 무시한 중국과의 관계 모색은 곧바로 페소화 가치와 주가 하락으로 연결됐다.
반면에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활기를 찾고 있는 국가가 있다. 인도와 브라질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미국과 연대해 중국 대항에 첨병에 섰고, 작년 10월에 당선된 자이르 보오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인 감세와 친기업 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경기가 회복되고 주가가 크게 올랐다.


◇ 정부, 남북문제 치우쳐…미중 균형 찾아야
한국은 전체 수출에서 27%를 차지할 만큼 중국 비중이 압도적이다. 작년 여름 휴가철 이후 위안화와 원화 가치 간 상관계수가 0.9에 달할 만큼 유커 윔블던 현상도 심하다. 미중 간 샌드위치 국면에 놓여있는 한국은 대외경제정책 기조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금물이다. 중국에 쏠린 대외경제정책 기조에 ‘균형’을 찾아야 할 때다.
앞으로 다가올 글로벌 환율전쟁과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우리 정부는 얼마나 대책을 세워놓고 있는지 의문이다. 국정운영이 남북문제에 너무 치우침에 따라 외형상으로는 문제의 심각성은 고사하고 인식조차 못하는 분위기다. 국민이 답답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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