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기획] 투자, 판이 바뀐다 2부 "해외로 해외로, K-파이낸스의 꿈"

신인규 기자

입력 2019-01-01 10:14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한국 아이돌, BTS의 뮤직비디오 영상입니다.

    인구 5천만이 조금 넘는 대한민국의 뮤지션이 만들어낸 뮤직 비디오 하나의 조회수는 5억 6천만, 온라인의 유명세를 넘어 빌보드 차트 1위까지 올랐습니다.

    음악산업에 불어온 한류가 만들어낸 놀라운 숫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자본시장에, 금융에 한류라는 말이 붙으면 어떻게 될까요?

    중국 상하이 금융특구인 푸동 루자주이에 있는 미래에셋타워.

    상하이 구도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 초록빛 건물은 루자주이에서도 손꼽히는 빌딩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입니다.

    지난 2006년 3,850억원이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어 업계에서 미친 투자라는 비야낭을 듣기도 했던 이 빌딩의 가치는, 2018년 무려 1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국내 증권사의 성공적인 해외투자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홍콩법인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인도, 영국, 미국 등 현재는 10개국, 14개 거점을 보유한 아시아 대표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해외법인의 자기자본들을 합치면 2조7천억원,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7년 380억원에 그쳤던 해외법인의 순이익이 2018년 상반기엔 662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미래에셋대우 뿐 아니라, 다른 국내 대형 증권사들도 새 먹거리로 해외시장을 낙점했습니다.

    NH투자증권은 홍콩 시장 안착 이후 동남아를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뉴욕, 홍콩, 싱가폴, 런던 등 금융선진국에 진출해 국내 투자자들에게 해외주식과 금융상품, IB 딜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같은 신흥국가에서도 현지 증권업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7년부터는 뉴욕에 IB데스크를 설치해 운영 중이며, 2019년에는 해외 M&A와 선진 시장에서의 IB상품 개발 등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NH투자증권은 2017년엔 이 곳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재는 IT 시스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현지 고객은 물론, 기관 영업도 강화해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 덕분에 현재는 인도네시아 국민연금(BPJS), 건강보험 등 연기금과 현지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다수의 기관 고객을 확보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아시아 현지화 전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베트남 등 현지 증권사 인수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국내외 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복안입니다.

    이 가운데 KB증권의 경우 계열 은행과의 시너지 영업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보다 높이는 데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베트남 외 다른 동남아시아 지역의 현지 증권사 인수도 추가로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인터뷰>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

    "저희 해외 글로벌 사업 관련해 지난해 우리가 베트남의 증권사 하나를 인수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안정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고, 또 하나는 추가적으로 동남아시아권에서도 기회가 된다면 더욱 더 추가적인 인수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홍콩에 있어선 우리가 은행과 같이 협력하면서 은행과 증권 같이 시너지 영업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같이 그룹 차원에서 키워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IB 중심의 해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적자를 면치 못했던 해외법인들이 흑자로 돌아서며 순항하고 있습니다.

    실제 2018년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의 해외법인 대부분이 흑자를 냈고, KB증권은 모든 법인이 순익을 내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나타냈습니다.

    대형사에 비해 규모가 작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해외 틈새시장을 공략해 나름의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2018년 반도체 분야의 최대 빅딜이었던 한미일연합의 도시바메모리 인수.

    <기자 브릿지>

    업계 판도를 바꾸는 메가딜의 인수금융을 담당해 성공한 곳은 바로 한국의 현대차증권입니다.

    국내 재무적 투자자(FI)로는 유일하게 인수 풀에 참여해 비전환 우선주 5,600억원에 대한 인수금융주관을 마무리했는데, 성공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우량 투자자산을 선별한 현대차증권의 IB 확대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인터뷰> 이용배 현대차증권 사장

    "2019년에도 변함없이 고객의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특히, 틈새시장에서 가치 창출을 위해 IB 부문에 집중할 예정입니. IB 부문 가운데 특히 우리 강점으로 돼 있던 부동산 PF를 비롯해 내년엔 SOC, 대체투자, 일부 금융주선을 적극적으로 강화해 IB 부문에 혁신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중기특화 증권사들도 해외 시장에 공을 들이며 경쟁력 키우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해외대체 부문 강화를, IBK투자증권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기동호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사장

    "결코 녹록치 않은 내년이지만, 지금까지 집중해왔던 해외대체 부문, 신재생에너지 부문, 기존 중점사업인 IB 부문을 더욱 특화시켜 내년도 사업을 이끌 것입니다. 특히, AM 2조원 목표 달성을 회사 직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펀드 사업을 활성화해 평잔 영업을 더욱 더 강화할 생각입니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 뿐 아니라 해외 유망 기업을 국내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보다 주관수수료가 높다는 점에서 틈새시장을 노린 DB금융투자,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은 일찍감치 해외 IPO팀을 꾸려 유망한 해외 기업들을 국내 투자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겁니다.

    해외기업 상장이 2018년보다 많아질 2019년에 기회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우량한 중국 기업들을 한국 자본시장으로 끌어와야 하는 것이 내년 증권사들의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신규 기업공개가 중단돼 자금 수요가 높은 중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찾은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오주현 유진투자증권 IPO팀 이사

    "대형사가 아닌 중소형사다 보니까 대기업과 경쟁을 해서 큰 딜을 따기가 어려워 전략적으로 해외 딜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중국 딜 뿐 아니라 미국 기업에 대한 해외 유치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과거엔 중국 기업들을 많이 해왔지만, 중국 기업에 대한 심사도 어려워지고, 올라와서 주가들도 투자자들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우량 회사 위주로 중국 기업 유치를 하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내년엔 미국 기업에 대한 수요가 있어 미국 바이오 회사를 한국에 상장시키려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자본시장은 이렇게 해외로 해외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데요.

    자본시장 뿐 아니라 우리 투자자들에게도 '해외', '글로벌'은 놓칠 수 없는 키워드가 됐습니다.

    해외주식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판이 본격적으로 커지고 있는 건데요.

    '해외 직구'라는, 이제는 낯설지 않은 단어가 주식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유명 해외기업의 주식 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망한 나스닥 주식도 인터넷에 접속해 클릭만 하면 거래가 가능합니다.

    외국 증권사 해외기업 분석 리포트의 변역을 찾아보는 것은 물론, 한국에서 기업 분석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증권선물위원회가 제공하는 에드가(EDGAR) 서비스를 이용해 해외기업의 재무상태와 공시를 직접 확인하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투자자들이 점점 똑똑해지면서 저평가된 해외기업을 찾아 이른바 '주식 대박'의 기회를 바다 건너에서도 찾는 '주식 대항해시대'가 열리고 있는 겁니다.

    지난 11월 열린 국내 최초의 해외주식투자 전문 자격증 시험은 성황을 이뤘습니다.

    <인터뷰> 최지영 경기도 고양시

    "국내 시장만 보면 불안하기도 하고... 시험 보면서 공부도 할 겸 응시했습니다."

    투자자 뿐 아니라 증권사 직원들이 대거 응시한 점도 눈에 띕니다.

    <인터뷰> 맹경렬 하나금융투자 선릉금융센터 연구원

    "분산투자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해외주식투자 수요는 더 커질 것이라는 데에 따라 지원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임혜경 하나금융투자 광장동지점 부장

    "저희 회사에서는 해외주식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 본부장이 계속 연수를 진행해주셨고, 앞으로 국내투자보다 해외 비중을 저희 고객들이 많이 늘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외전문가 과정이 필요하다고 해서 저희도 보게 됐습니다."

    사실 해외주식투자는 개인 투자자 뿐 아니라 국내 증권사들에도 주목할 만한 먹거리입니다.

    대체 투자처를 갈망하던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자 국내 시장 대비 비교적 좋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은, 국내 증권사에게도 같은 기회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1>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

    "국내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 상황을 볼 때 해외 글로벌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대체 자산 운용을 위해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특히, 유럽과 미국 진출, 그리고 좀 기회가 된다면 신남방정책에 맞춰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같은 곳도 관심을 갖고 투자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자 브릿지>

    2018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해외투자 전성시대가 올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에 증권사들은 해외주식투자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

    지난 11월까지 개인과 기관의 해외주식 거래 규모는 303억달러.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 2011년 31억달러와 비교하면 7년만에 10배 가까이 폭증했습니다.

    해외주식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증권사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전문 인력 양성일 겁니다.

    높아지는 투자자들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해외주식 전문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미 KB증권은 해외 주식 전문 PB 육성을 위한 연 2회 해외 현지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삼성증권은 우수 PB들을 선진 시장과 이머징 시장으로 보내 전문가 양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글로벌 주식 전문가 양성 과정'을 운영하며 전문가 양성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해외 현지 기업들을 분석하는 증권사들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지금의 증권사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리서치센터를 축소하는 만큼, 이를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인터뷰>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국내에서 리서치 능력, 기업 분석과 관련된 능력을 계속해 배양해 나가는 것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증권사들의 해외 경쟁력 유지를 위해 가장 핵심적인 역량 중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에 있어서도 이런 리서치 역량이 배양될 수 있도록 조금 더 리서치와 관련된 부분에서 비용적인 측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증권사 리서치가 더욱 확대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해 나가는 그런 정책을 계속해서 지원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해외주식투자자 규모를 늘리기 위한 증권사들의 '파이 키우기' 전략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고객 유치를 위해, 그동안 비쌌던 해외투자 거래수수료를 낮추기 시작한 겁니다.

    그동안 해외주식은 거래를 할 때마다 최소수수료를 내야했습니다.

    해외주식시장 문을 넓히기 위해 증권사들이 우선 택한 전략은 이 최소수수료 폐지입니다.

    미래에셋대우와 키움증권은 미국 투자에 대한 최소수수료를 폐지했고, NH투자증권도 미국, 중국, 일본 등에 투자할 때 발생되는 수수료를 없앴습니다. //

    대신증권은 2018년 안에 해외증권계좌에 가입하는 신규 고객에게 미국주식 거래 수수료를 1년간 면제해 주고 있으며, 한화투자증권도 2018년 안에 미국지역에 대한 온라인 주식 수수료를 0.1%로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이같은 증권사 간 수수료 인하 경쟁은 해외주식투자 규모가 급속도록 커지는 것을 감안하면 더 달아오를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내다봅니다.

    <인터뷰>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 팀장

    "전 세계 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나라가 또는 기업들이 국내만이 아니기 때문에 기회를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도 돌려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해외주식투자 속도는 지금보다 빨라지면 빨라졌지 늦춰지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렇게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 팀장

    "국내보다는 해외 투자나 정보에 대한 부분이 또는 지식에 대한 부분이 부족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 기업에 투자를 하더라도 또는 상품에 투자하더라도 조금 더 자기가 잘 아는, 잘 알려진 기업에 투자하는 게 어찌보면 좀 팁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해외는 환율에 대한 익스포져가 노출돼 있기 때문에 항상 각별히 유의하고 그 부분을 투자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환율 문제도 문제지만, 해외 주식투자에 대한 세제 정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해외주식 투자는 국내 주식 투자와 달리 매매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발생하는데, 해외주식 투자를 통해 올린 수익이 연간 25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양도소득세 22%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외시장이 투자자에게도, 한국 자본시장의 플레이어에게도 기회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글로벌로 눈을 돌리고 있는 한국의 자본시장.

    증권사 스스로 역량 확보를 위한 부단한 노력에 금융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더해진다면, 한국판 골드만삭스 출현의 꿈도 그리 멀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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