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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 최대 화두 '조세피난처'…한국 '검은 돈' 얼마나 숨겼나 -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8-10-15 09:33  

버진아일랜드 명단 공개…조세피난처 기능 약화될까
최근 들어 세계적인 슈퍼 리치들 사이에 가장 많이 입에 오르내리는 용어 중의 하나가 ‘조세피난처’와 ‘검은 돈’의 향방이다. 본래 조세피난처는 마약·매춘·각종 리베이트 관련 검은 돈을 세탁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 이후 슈퍼 리치들의 검은 돈의 은신처로 그 성격이 변했다.
대부분 조세피난처는 개인소득세·양도소득세 등에 대한 원천 과세가 전혀 없거나 과세 시에도 아주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등 세제상의 특혜를 제공하는 나라나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지역은 세제 우대 조치뿐 아니라 외국환관리법·회사법 등의 규제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 조세피난처, 온라인 등으로 대변화…50여개국 달해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3대 조세피난처로 케이먼 군도와 말레이시아 북동부, 아일랜드가 꼽혔다. 그 중에서 헤지펀드들이 본거지로 가장 많이 택했던 곳은 조세 천국으로 알려진 케이먼 군도다. 하지만 최근에는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등으로 다변화되고 온라인상으로도 빠르게 옮겨가는 추세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조세피난처로 지목되거나 의심을 받는 국가는 약 50개국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식적인 조세피난처로 규정한 곳은 38개국이다.
카리브해와 오세아니아의 작은 섬나라로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없어 낮은 세율로 전 세계 자금을 끌어 모아 먹고사는 국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의 조세정의 네트워크 등 탈세감시단체들은 미국·영국·독일 등과 같은 선진국들도 조세피난처로 지목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을 조세피난처의 성격별로 구분해 본다면 바하마·버뮤다·케이먼 군도 등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들이 ‘조세 천국(Tax Paradise Area)’
으로 세계적인 슈퍼 리치들이 검은 돈의 은신처로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다. 반면 홍콩·싱가포르·파나마·라이베리아 등 극히 낮은 세율을 부과하는 국가들은 ’조세피난처(Tax Haven Area)‘로 분류된다. 룩셈부르크·네덜란드·스위스 등은 비과세까지는 아니지만 특정 기업이나 사업 활동에 대해 세금상의 특전을 인정해 주는 ’조세 휴양지(Tax Resort Area)‘로 불린다.
◇ "조세피난처 탈세 연간 1,900억∼2,800억 달러"
헤지펀드 리서치 전문 자문업체인 헤네시 그룹 등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투자원금 규모가 2조 달러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금융위기 직전의 1조 2천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일단 투자원금 규모로만 본다면 금융위기 직전보다 50% 이상 늘어났다. 헤지펀드의 또 다른 상징인 레버리지 비율(증거금대비 총투자액 비율)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단일금융법이 완화되면서 빠르게 회복되는 추세다.
금융위기 이후 ‘볼커 룰’ 적용 이후 스위스 은행 등 그동안 슈퍼 리치들이 애용해 왔던 검은 돈의 은신처가 속속 드러남에 따라 조세피난처가 그 기능을 대신해 오고 있다. 스위스 은행 등은 금융위기 재발방지 차원에서 투명성 확보를 생명으로 하는 ‘볼커 룰’의 적용으로 더 이상 비밀창고로서 기능을 할 수 없게 됐다.
비정부기구(NGO)인 조세정의 네트워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소 21조 달러의 검은 돈이 조세도피처의 비밀계좌에 은닉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경제 규모를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이 규모는 중국, 러시아, 한국 등 신흥국의 검은 돈만을 집계한 것으로 선진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버진아일랜드의 슈퍼 리치 재산규모가 전 세계 검은 돈과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세피난처에 숨겨놓은 검은 돈으로 인해 각국 정부가 입는 세금 피해는 연간 1,900억∼2,800억 달러에 이른다는 보고서는 추정했다.
이 때문에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이 주도가 돼 조세피난처를 통한 슈퍼 리치들의 탈세 방지를 위해 은행 정보를 상호 교환해 오고 있다. 유럽 내 최대 조세피난처로 꼽히는 룩셈부르크도 동참해 유럽 은행 정보의 투명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추세다.
스위스는 이미 미국 정부의 압력에 자국 은행의 비밀계좌 명단을 넘긴 적이 있으며, 유럽연합(EU) 자체적으로 조세 사기와 탈세에 대한 강력한 추적과 처벌기준을 강화했다. 우리도 조세피난처에 속한 있는 국가들과 정보교환 협정을 체결하는 등 등 최근 들어 빠르게 협력해 나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재산을 숨겨온 세계적인 슈퍼 리치들의 명단 일부가 최근 전격 공개된 것을 계기로 검은 돈의 은신처로 조세피난처의 기능도 서서히 막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 푼의 세금이라도 아쉬운 각국 정부들은 조세도피처의 ‘검은 돈’ 을 찾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탈세 고삐를 강하게 당기면 당길수록, 검은 돈을 더욱 더 깊이 숨기려는 노력도 교묘해 질것으로 예상된다. 각국 조세당국과 탈세범들의 두뇌 싸움에서 과연 어느 쪽이 이길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과연 조세피난처가 축소될지 아니면 더 번창할지 그 갈림길에 놓여 있는 것이 최근이다.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사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 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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