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와 통화 중이에요"…세로화면의 비밀 - [힙한 경제]

이성경 부장 (부국장)

입력 2018-09-14 10:18   수정 2018-09-14 14:03

"손석희 앵커를 TV에서 본 적이 없어요"
비디오는 가로 모양이다. 필자가 세상에 나온 이후 40여년 간 보아온 모든 화면은 가로가 긴 와이드형 화면이었다. 집에 있는 텔레비전도, 영화관의 영화도, 최근 빠져있는 유튜브 화면도 가로가 길다. 가로 화면은 인간의 뇌에 박혀 있는 또 하나의 표준이다.
◇ "가로 화면이 불편해요"
요즘 10대 아이들은 가로화면이 영 불편하다. 10대들은 글 보다 영상이 더 편한 영상 세대이면서도, 텔레비전 앞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영화관에 가기도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연례행사 수준이다. 이들이 영상을 흡입하는 수단은 절대적으로 스마트폰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세로화면 이다. 꼰대 들의 표준인 가로화면을 보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을 90도 돌려야 한다. 불편하기 이를 데 없다. 이들에게는 `가로화면이 표준`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다.
20대 이하 세대에게 과거의 KBS와 MBC를 합친 것 보다 더 위력적인 딩고 채널(`메이크어스`의 디지털 콘텐츠 브랜드). 유튜브 구독자 150만명을 향해 파죽지세로 달려가는 딩고뮤직의 간판 상품은 세로라이브 이다. 기존의 뮤직비디오가 영화 같은 가로화면 이라면, 세로라이브는 가수 수지와 영상통화 하는 듯 한 훨씬 프라이빗한 느낌을 준다.
김덕봉 메이크어스 마케팅매니저는 "세로영상은 마치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몰입도와 친밀감이 높아진다"면서 "딩고 채널은 세로라이브에 이어 세로댄스, 더나아가 웹드라마도 세로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 딩고뮤직의 세로라이브, 가수 수지의 행복한 척)
◇ 페이스북이 IGTV를 내놓은 이유
고전하고 있는 페이스북이 IGTV(인스타그램TV)를 내놓았다. IGTV의 핵심은 영상의 길이와 화면의 모양이다. 인스타그램이 1분 미만 영상만 올릴 수 있는데 반해 IGTV는 최대 1시간 분량의 긴 영상(Long-Form Contents)도 올릴 수 있다. 스마트폰 세대가 이제 스마트폰을 통해 긴 영상까지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알았고, 페이스북은 놓친 뼈아픈 부분이다.
IGTV는 또 모바일에 최적화된 세로화면을 채택했다. IGTV 영상은 세로로 편집해야 한다. 세로화면은 화면구성이 단조롭기 때문에 촬영 시 카메라워크가 훨씬 역동적이어야 한다. `화면 하나 90도 돌렸을 뿐`인데 영상학개론이 흔들리고 있다.
(사진설명 = 한국경제TV의 세로영상 경제뉴스 `한입경제`)
◇ "손석희 앵커를 TV에서 본 적이 없어요"
필자가 대학을 다닌 1990년대, 대학가에서 가장 신뢰 받는 언론은 `한겨레신문` 이었다. 당시 대학생들은 없는 살림에도 한겨레를 돈 주고 사서 옆구리에 끼고 다녔다. 그리고, 20여년 뒤인 2018년 한겨레신문의 자리는 JTBC가 대신하고 있는 듯 하다. (2018년1월, 미디어오늘과 대학생활앱 `에브리타임` 미디어 설문조사 결과)
요즘 대학생들은 `가장 신뢰하는 JTBC 뉴스`를 TV를 통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들은 JTBC의 채널 번호도 모르고 뉴스시간도 모른다. 네이버나 유튜브, 페이스북에서 JTBC를 구독하면 뉴스 시작을 알리는 푸시가 뜬다. 심각한 뉴스가 끝나면 방금 출연했던 기자들이 대놓고 망가지는 소셜스토리를 볼 수 있다. TV가 아니라 모바일 세상에서 가능한 일이다.
세로화면은 가장 보수적인 방송뉴스에도 침투하고 있다. MBC의 20대를 위한 뉴스 `14F`가 세로화면을 채택했고, 한국경제TV의 쉽고 재밌는 경제콘텐츠인 `한입경제`도 세로로 제작된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페이스북이 1대 1 화면을 쓰면서 가로법칙이 깨지더니 이제 전세계 미디어들이 세로영상을 제작하고 있다."면서 "1895년 뤼미에르 형제 이후 당연하게 여겨졌던 가로화면이 120여년 만에 도전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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