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데스리가 승패 바꾼 '10인의 프로그래머'…유럽 클럽들이 감탄했다

김종학 기자

입력 2018-06-22 09:36   수정 2018-06-25 11:24





    THE메이커스 | 강현욱 비프로일레븐(bepro11) 대표

    유럽 축구 클럽들의 관심을 한껏 받고 있는 10명의 한국팀이 등장했다. 2018러시아월드컵 최약체로 꼽힌 한국에 웬일인가 싶지만, 이들은 축구선수가 아니다. 프로그래밍 실력 만큼은 국가대표급인 스타트업팀이다. 그저 축구가 좋아서 창업에 뛰어들고, FIFA 랭킹 1위인 독일로 날아간 비프로일레븐(bepro11)의 리더 강현욱 대표(28)를 만났다.

    ◇ 한국산 인공지능…전세계 축구경기를 한눈에

    뭐든지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강현욱 대표는 서울대 재학 시절 학내 축구리그에서 선수로 활동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초기 버전의 비프로 애널리틱스를 개발했다. 세계 최고 수준 클럽들은 축구팬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옵타(OPTA)로 전력을 분석한다. 어떻게 유럽 축구 데이터 분석 경쟁업체와 비교될 수준까지 오르게 됐을까.

    TV 중계 화면에 그럴듯하게 보이는 슈팅 횟수와 코너킥 횟수, 파울 등의 데이터는 과거엔 모두 손으로 집계하던 기록이었다. 축구 잘하는 유럽 리그도, 한국의 K-리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강 대표는 대학 리그에서 손으로 일일이 패스와 슈팅 횟수를 엑셀에 기록하던 것을 프로그래밍 동아리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앱으로 만들었다. 경기 결과만 집계한 초기 버전이었음에도 선수들의 반응은 달랐다. 가능성을 확인한 강 대표는 한국프로축구연맹 마케팅 수업에 참여한 뒤 직접 경기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제안해 사업화 기회를 마련했다.

    강 대표와 비프로일레븐이 만든 서비스는 인공지능 기반의 경기 영상 합성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세계 최정상 클럽은 물론 UEFA 챔피언스리그, 국가대표팀 경기까지 사용하는 기존 기술보다 인력을 줄이고 모든 과정을 자동화했다. 경기장 기둥에 미리 설치한 3대의 카메라로 공을 갖고 있지 않거나 TV 중계화면에서 잡히지 않는 전체 선수들까지 움직임을 모두 영상으로 녹화하고, 선수마다 움직인 거리, 드리블 패턴, 패스 경로와 정확도, 슈팅 방향 등을 동시에 기록하고 언제 어디서든 클라우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일종의 콜럼버스의 달걀을 깬 것과 같아요. 누구든지 먼저 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이지만 그들이 시장에 뛰어들려고 할 땐 저희가 이미 모든 서비스를 장악한 상태가 되겠죠."

    이렇게 모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축구구단의 감독과 코치, 선수들은 특정 팀에게 강한 공격수, 패스 성공률이 높은 미드필더, 특정 위치에서 실점이 잦은 골키퍼 등을 코치들이 파악하고 상대팀에 맞춰 전술을 다시 짤 수 있게 됐다. 2018러시아월드컵에서 아이슬란드와 멕시코가 아르헨티나와 독일 같은 강팀에 밀리지 않았던 건 이러한 경기 데이터 정보들을 갖췄기 때문이다.

    ◇ 축구의 중심…독일에 둥지를 트다



    강 대표와 비프로일레븐은 '아마추어도 프로가 될 수 있다'는 팀 이름처럼 축구연맹이나 방송사에서 관심을 두지 않던 유럽 하부리그와 역량있는 유소년 선수들에 주목했다. 우수한 선수들을 선발하기에 앞서 영상데이터와 선수 개개인의 정보 축적이 필요한 유럽 클럽들의 수요를 절묘하게 이해하고 파고들었다. 기술력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시장을 먼저 발견하고 플랫폼을 만들어 성공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스포츠 시장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끼게 된 건, 제가 축구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스포츠야말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빨리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의식주 사업이 더 크겠지만 전세계 3억 명의 인구가 동일한 콘텐츠를 즐기는 건 축구 밖에 없거든요. 결국 축구, 스포츠로 성공하려면 세계 시장의 정점에 이는 유럽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강 대표와 젊은 멤버들의 결단은 과감했다. 강 대표는 월드컵 전 대회 우승국인 독일의 분데스리가의 프로구단들이 사용하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보다 기술력에서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고 곧장 독일 함부르크로 회사를 옮겼다. 비프로일레븐 한국인 멤버 10명은 이렇게 연고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축구의 나라 독일에 무작정 날아가 사업을 시작했다.

    ◇ 5부 리그 하위팀을 3위로…이변을 만든 '비프로'



    강 대표가 한국인 멤버들을 이끌고 사업의 거점인 독일로 떠나긴 했지만 현지 정착은 쉽지 않았다. 첫 일주일을 제외하면 현지 부동산 중개회사를 통해 함부르크 현지 사무실은 구하고 법인 설립과 멤버들의 숙소를 구하기까지 거의 석 달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강 대표와 비프로일레븐팀이 독일 현지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들의 무모해보이는 도전엔 보상이 뒤따랐다. 처음 비프로 서비스를 이용한 독일 5부리그 감독은 하위권을 맴돌던 팀 성적이 리그 3위까지 치고 올라온 걸 경험한 뒤 아예 현지 마케터로 참여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전 미국 대표팀 감독의 제자, 독일 축구영웅 디트마르 야콥스의 아들까지 현지에서 굵직한 인맥들이 회사에 합류하고 사업도 순풍을 탔다

    1년이 지난 지금 강 대표의 비프로일레븐팀은 현재 독일 2부 리그인 장크트파울리를 시작으로 1부 리그인 쾰른, 마힌스, 코펜하임, 베르더브레멘, 하노버, 잉골슈타트까지 입지를 넓혔다. 여기에 전세계 2만 명에 달하는 레알마드리드 유스클리닉의 경기 분석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비프로팀은 이제 태국 1부 리그와 미국 대학리그까지 전 세계 120개 구단에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 '3억 축구인'을 연결할 플랫폼

    강 대표와 비프로팀이 유럽 현지에서 통한 건 적은 비용으로 프로축구 선수들과 같은 전술 데이터와 개인 영상분석 자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전까지 독일 하부리그 구단들은 1부리그와 같은 고가의 옵타(OPTA)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비용이나 영상편집이 가능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웠다. 경기가 있을 때마다 캠코더 영상을 촬영하는 게 고작이었지만 역시 운용에 부담이 드는 건 마찬가지였다.

    강 대표는 구장에 카메라를 설치해 인력 부담을 줄이고, 클라우드 서버에 경기 영상을 자동으로 편집해 전송하는 기술로 구단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공지능 기반 기술에 더해 선수들에게 프로필 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점은 기존의 서비스 업체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전략들이다. 더구나 이러한 정보들은 해마다 데이터베이스에 쌓이게 되고 사업의 전진기지인 독일 프로축구를 비롯해 전세계 축구팀과 선수 개개인의 모든 정보가 모이는 게 된다.

    강 대표는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프로축구 입단을 준비하는 유소년, 이적을 준비하는 프로축구 선수들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 한국 K-리그와 독일과 유럽의 대형 프로축구 클럽까지 진입한다면 그의 꿈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저는 궁극적으로 전세계 스포츠인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그들이 우리 서비스를 쓰게 만든다는 꿈이 있어요. 이를 기반으로 저희 영상 분석 기술을 혁신해 나가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 유럽이나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로 서비스 영역을 넓힐 예정이에요. 만약 전세계 축구인들을 하나로 연결할 수 있다면 저희 회사여야 한다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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