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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J노믹스' 성패 가를 3대 요인…스트롱맨·부채·정책좀비[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18-06-18 09:25   수정 2018-06-18 09:35



무술년을 맞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6월이다. 모든 경제주체는 올해 상반기에 일어났던 변화를 감안한 경제전망을 토대로 각종 계획을 수정한다.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꼭 10년이 되는 올해 상반기부터 ‘Big Change’,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반기에는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돼 선제 대응 여부에 따라 경제주체별로 명암이 엇갈릴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에 가장 큰 변화라 한다면 주요국에서 ‘스트롱 맨’ 체제가 더 가시화된 점이다. 지난 3월 양회 대회를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시황제’로 부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2024년까지 장기집권이 가능해져 ‘차르’ 반열에 올라섰다. 사민당과 대연정이긴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16년 동안 집권이 가능해졌다.

세계 경제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양대 중앙은행 수장도 교체됐다. 금융위기 극복의 적임자 역할이 끝났기 때문이다. 지난 2월부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재닛 옐런에서 제롬 파월로 넘어갔다. 중국 인민은행 총재도 15년 간 저우샤오환 시대를 마무리하고 이강 시대를 맞았다.

경기적인 측면에서는 세계경제가 상반기를 기점으로 10년 만에 ‘디플레 갭’에서 ‘인플레 갭’으로 전환됐다. 전자는 실제 성장률(혹은 전망치)에서 잠재 성장률을 뺀 것이 ‘마이너스’일 때, 후자는 ‘플러스’일 때를 말한다. 전자 국면에서 물가가 올라가는, 즉 리플레이션은 증시에 호재가 되지만 후자 국면에서 물가가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은 악재로 작용한다.

절대오차(전망치-실적치)로 평가한 전망기관별 예측력에서 가장 높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상반기 세계경제 성장률은 3.7% 내외다.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세계경제 잠재 성장률은 3.6% 내외로 소득(GDP) 갭을 구하면 +0.1% 포인트로 나온다. 10년 만에 디플레 갭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지난해 세계 경제의 테일 리스크로 작용했던 지정학적 위험도 큰 변화가 있었다.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은 갑작스런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기대될 정도로 완화될 조짐이다. 반면 중동 지정학적 위험은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이라 불리울 만큼 신냉전 시대를 우려할 정도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스트롱 맨 체제가 과연 경제적으로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스트롱 맨은 자신과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에 중국에 이어 전통적인 미국 우호국인 유럽과 일본도 맞대응할 태세다. 달러 약세 정책에 대해서는 미국에게 더 불리한 탈(脫) 달러화로 대응하고 있어 종전과 다른 양상이다.

10년 만에 맞이한 인플레 갭이 물가 등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하반기에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출구전략(통화정책 정상화)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세 차례 예상됐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은 네 차례로 한 단계 더 높아졌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올해 말로 양적완화를 종료할 뜻을 밝혔다.

금리, 환율 등 금융변수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Fed의 금리인상에도 달러 가치는 ‘강세’보다 ‘약세’를 나타났다. 정책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가 오히려 하락하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산매각이 추진되면서 시장금리가 올라(자산매각→채권공급 증가→채권값 하락→채권금리 상승)가자 달러 가치가 회복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전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창시자는 기존 산업분류(콜린 클라이크 방식)에서 정의되지 않는 모든 산업이 가져다줄 세계경제 변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렀다.

1990년대 말 3차 산업혁명 시기에 세계경제를 ‘골디락스’라 불렀다.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IT가 주도됨에 따라 성장률이 올라가더라도 물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정착될 하반기에는 ‘유토피아(utopia=ou(없는)+topos(장소))’ 국면이 나타날지 관심사다. 증시 입장에서는 가본 ‘골디락스’보다 가보지 않은 ‘유토피아’는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각종 의사결정과 자산관리에 종전의 ‘히포(HIIPO)’에서 ‘긱(Geek)’ 방식이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히포란 보수를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의 의견(highest paid person’s opinion)을 줄인 말로 최고경영자에 의한 의사결정방식을 뜻한다. 반면 긱이란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에 근거한 의사결정방식을 말한다.

국가별로 미국 경제는 하반기에 대내적으로 ‘트럼프노믹스(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 대외적으로 국익 우선의 보호주의 정책을 보다 더 강도 있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초점을 맞춘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은 국제적인 비난에도 미국의 실리를 챙기는 데는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오는 11월에 예정된 중간선거 결과가 내년 이후 미국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이 패할 경우 트럼프노믹스와 보호주의 정책이 힘을 잃으면서 미국 경제에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이후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렵 경제는 하반기에도 지루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지속해 나가는 가운데 지난해 3월 네덜란드 총선, 5월 프랑스 대선을 거치면서 강화된 통합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민당과 연합한 메르켈 정부의 주도력이 약화되고 있어 테러, 난민, 회원국 내 독립운동 등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나라 안팎으로 문서조작과 남북한 협상의 패싱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아베 정부는 하반기에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 앞날에 대해서는 신중한 견해가 많다. 아베노믹스가 1단계(하마다 고이치·금융완화)에서 2단계(혼다 에쓰로·재정지출)로 이행되면서 가뜩이나 많은 국가 채무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는 하반기에도 ‘신창타이’ 성장률(6.5∼7%) 달성을 목표로 하면서 위안화 국제화 과제가 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주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위안화 국제화란 국제교역과 각국 외화보유에서 위안화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말한다. 위안화 국제화 과제가 정착될 경우 7%대에 재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화폐개혁, 상품·서비스세(GST) 도입 등 제2의 도약을 위한 당면 현안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부진했던 인도 경제는 상반기를 기점으로 제 자리를 찾는 모습이다. 세계가 하나가 되면서 최대 성장 동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인구가 많은 데다 4차 산업에 적합한 인구구조를 갖고 있어 하반기에는 ‘성장률=7%대’에 복귀할 것으로 예측기관이 많다.

브라질 경제는 오는 10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가 최대 변수다. 경제여건은 괜찮다. 원유, 커피, 철광석, 석탄 등 4대 성장주도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세는 꺾이지 않겠지만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어 성장률이 크게 높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의 성장경로가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성장통(growth pains)으로 대체 투자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 경제는 하반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간 많은 외국기업과 자본 유입으로 나타나고 있는 과열 징후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제2의 도약 여부를 결정할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하반기에는 스트롱 맨 국가로 둘러싸인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도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관심사다. 중간자 위상으로 중시되는 외교 덕목인 ‘균형’을 잃을 경우 통상 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에 커다란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반기 주가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가장 확대될 국가로 한국을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범 2년째를 맞는 문재인 정부는 수출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앞날과 관련해 비관론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1960년대 초 이후 경제개발을 주도해 왔던 대기업과 제조업의 생산여건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낮은 출산율과 빠른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 특히 청년층 고용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노동력에 이어 생산에 필요한 자본도 저축률 하락 등으로 갈수록 성장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축률이 하락하는 요인으로 정치권의 포퓰리즘적인 사회보장지출 확대, 가계는 사회안전망 강화에 따른 예비적 동기의 저축필요성 감소와 과다한 가계부채 부담 등이 지적되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경제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큰 변화 물결에도 당리당략에 국민과 우리 경제 앞날은 뒷전이다. 신뢰 회복의 ‘골든 타임’까지 놓쳐 이제는 우리도 일본처럼 아무리 좋은 정책신호를 준다 하더라도 정책 수용층은 정작 반응하지 않는 ‘좀비 국면’에 빠져 들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우리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높아진 국제위상에 맞게 내수시장이 발전되지 않음에 따라 통상마찰이 잦아지고 있는 점도 변수다. 특히 기업 간 불균형이 심화된 상황에서 특정기업의 경우 세계 최고의 반열 위에 올라간 것에 따른 착시현상까지 겹치면서 교역국으로부터 통상마찰의 표적이 되고 있는 점도 우리 경제 앞날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나라 안팎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하반기에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에서 우리 경제에 대해 비교적 밝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해외기관일수록 ‘한국 경제가 질적인 면에서는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평가를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인가도 변수다.

모두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모든 경제주체가 ’프로보노 퍼블릭코(pro bono publico)`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다. 정치권과 정책당국은 기본과 원칙을 지키면서 정책 수용층으로부터 진심으로 협조를 구해 나가야 한다. 조금만 뜻대로 안되면 ‘과거 정부와 언론, 국민 탓’ 하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또다시 싹이 돋고 있는 ‘한국 경제 위기론’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글. 한상춘/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SPAN>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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